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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트럼프 ‘北 완전 파괴’ 발언 지지…한·미 핫라인 구축 시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0 17:22

수정 2017.09.20 22:05

초강경 발언 이례적 지지.. 2번째 정상회담 앞두고 한.미 동맹 강화 필요성.. 대화론자 입지 좁아질 듯
靑, 트럼프 ‘北 완전 파괴’ 발언 지지…한·미 핫라인 구축 시도

【 뉴욕(미국)=조은효 기자】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나온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대한도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직후 약 3시간 만에 나온 것으로, 미국의 입장에 즉각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 온 문재인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역대급 초강경 발언에 대해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해 구체적이고 확고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평한 배경엔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3국 공조체제 편입을 통한 한반도 문제 발언권 확대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totally destroy)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21일(현지시간.한국시간 22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후 두번째 양자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한.미 정상 간 원활한 핫라인 구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취임 후 100일 가까이 '제재와 대화'란 투트랙 기조를 견지했지만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급(ICBM) 도발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 한국의 외교적 입지만 좁혀놓은 것이다.


그사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공조체제는 거의 '밀착' 수준에 이르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권은커녕 발언권마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아베 총리에게 전화외교에서조차 밀리는 상황에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한국 정부의 입지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 한.미.일 3국 공조체제란 대화 모임 속에 들어갔을 때 한국 정부의 입장도 타진해 볼 수 있다는 현실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복적으로 대북 군사적 옵션 카드를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북한에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점 역시 문 대통령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으로 분석된다. '설마' 하는 한반도 전쟁이 기정사실화되는 수순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국제신용평가사 중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평가해왔던 무디스가 이달 초 북한과 한·미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Aa2(안정적)'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엔 차원의 대화중재를 요청한 것도 이런 긴장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국제 여론전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선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을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가능성에 '견제구'를 날리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핫라인 구축이란 두 가지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당분간 문정인 대통령 외교통일안보특보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정부 안팎의 대화론자들은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 대신 청와대 정의용 실장 등 외교관 중심 참모들의 영향력이 세질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문에 대해 "특히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북핵 및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본다"고 밝힌 대목은 중동.유럽 중심의 미국 대외정책에서 오랜 세월 소외감을 느꼈던 한국 외교관들의 시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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