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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견인한 신흥국 증시 6년만에 최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0 17:45

수정 2017.09.20 17:45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소비 늘고 정치 안정에 탄력
신흥시장 흐름 선진국 닮아가
IT가 견인한 신흥국 증시 6년만에 최고

올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증시가 미국에서 이탈한 자본 및 견고한 소비 증가에 힘입어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가 같은 기간 미국처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견인으로 이뤄졌다며 신흥시장 증시의 흐름이 점차 선진국과 닮아간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주요 23개국 신흥시장 증시를 추적하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가 올해 들어 18일까지 29.07% 상승해 6년 만에 최고치(1112.92)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에 선진국 자금 몰려

상승세는 신흥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 증시의 필리핀 종합 지수(PSEi)는 18일 8294.14로 마감해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베트남 증시는 지난 14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최고기록을 뛰어넘었으며 2017년 들어서만 20%가 넘는 상승폭을 나타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 역시 지난 8월에 사상최고치를 다시 썼다. 아울러 터키 증시는 올해 들어 40% 가까이 성장했으며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15일 7만5756.51로 장을 마쳐 약 9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영자지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이러한 신흥시장 강세의 원인으로 소비 증가와 정치적 안정을 꼽았다. 신문은 베트남 저비용항공사, 인도네시아 이동통신사, 터키 은행들의 약진을 예로 들며 신흥시장의 소비수준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국 증시가 지난달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해외 도피 이후 대규모 시위 가능성이 사라지자 반등했다며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의 정치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또한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약속한 경기부양책을 제때 실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신흥시장을 향해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국제금융협회(IIF)는 6월 전망에서 신흥시장에 올해 600억달러의 자금이 흘러들며 내년에는 그 규모가 1100억달러(약 12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처럼 IT가 증시 이끌어

WSJ는 이번 상승장이 이전보다 기록적인 규모일 뿐더러 성격 면에서도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과거 신흥시장 증시가 금융, 사회기반시설, 원자재 시장에 따라 움직였지만 이제는 IT가 시장을 주도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IT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7%까지 늘었다. 이는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약 24%)보다 높은 비중이다. 신흥시장 지수 내 IT 영역의 성장률은 올해 54%로 전체 지수 성장률의 2배 수준이었다. IT 기업이 전체 지수를 이끄는 모양새는 이미 올 상반기 미국 증시에서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보여줬던 현상이다. WSJ는 이를 두고 신흥시장의 투자흐름이 선진국과 비슷해졌다고 풀이했다.

다국적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니콜라스 필드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시장이 산업화와 도로건설로 성장하는 첫 번째 성장단계를 지났다"고 말했다. 일본 닛코자산운용의 존 베일 수석 국제 전략가는 "IT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실제 실적 향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신흥시장 내수 경제 전반에 인터넷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으며 그 속도가 서방세계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 자산운용사 ICON어드바이저스에서 신흥시장펀드를 운용하는 롭 영 매니저는 최근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였다.

그는 신흥시장 IT 주식들이 실적에 너무 민감해 약간의 실적 악화에도 주가가 급락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SMBC닛코증권의 히라야마 코타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신흥시장 자금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를 위한 포지션 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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