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잡자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1 16:46

수정 2017.09.21 16:46

[기자수첩]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잡자

"우리 인터넷 기업들이 역차별받는 환경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사이에 일어난 일(망 사용료 다툼)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한성숙 네이버 대표).

"왜 한국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만 강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혁신하고 있는 운동장에 우리도 같이 뛸 수 있게 해준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임지훈 카카오 대표)

인터넷 기업 수장들의 절박한 호소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에는 규제라는 잣대를 적용할 엄두도 못 내면서 네이버, 카카오에만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정부를 향해 역차별의 부당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세계 최고수준의 우리 통신회사들의 통신망을 헐값에 버젓이 쓰고 있지만, 도가 미흡해 이들에게 망 사용료를 내라고 장부도 들이밀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 아닌가.

벌써 10년도 넘었다.
ICT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 간의 역차별을 해소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게. 그러나 정부는 딱히 대안 없이 손을 놓고 있다.

그러던 정부가 최근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도 제법 큰 기업이 됐으니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회에서는 '뉴노멀법'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뭔가 잘못 가고 있다. ICT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 분야의 여러 규제를 풀고 국내외 기업이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정부의 자세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되레 국내 기업들 중 그나마 규제가 약한 축에 속하던 인터넷 기업들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 균형을 맞추랬더니 규제를 강화하겠단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상대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덩치 큰 공룡들에게는 어찌 해볼 생각도 못하면서 만만한 동네 꼬맹이들에게만 주먹을 휘두르는 꼴 아닌가.

정부가 인터넷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겠다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에도 평등하게 적용할 수 있는 근거부터 내놓는 것이 공정한 룰 아닐까 싶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