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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김영란법 1년, 3·5·10 규정 손보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1 17:11

수정 2017.09.21 17:11

큰 틀에서 취지는 살리되 소비위축 부작용 줄여야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를 담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오는 28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법 시행에 따라 우리 사회에 횡행했던 부당청탁과 과도한 접대가 줄어들고 청렴문화 정착의 기조가 다져진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80~90%가 김영란법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접대식사비, 선물비 등을 지나치게 시시콜콜하게 규제한 탓에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농어민과 서민이 피해를 당했다. 매출 감소로 외식업체들의 폐업이 줄을 이었으며 화훼농가들은 판로가 끊겼고 한우, 굴비 등 고급 명절선물 판매가 위축되면서 농축산농가의 한숨이 깊어졌다.
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외식업체의 66%가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값싼 수입 농수축산물이 국산의 자리를 빼앗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영란법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과 부담을 줬다.

복잡하고 오밀조밀한 김영란법은 개인 생활도 불편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친척이나 지인을 만나 지출을 할 때도 왠지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캔커피 하나, 카네이션 하나를 건네도 법에 저촉되는 현실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이 생활을 너무 각박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순실게이트나 검찰.법무부의 돈봉투 만찬 사건 등에서 보듯 고위공직자나 정치권의 청탁과 금품수수는 계속되고 있다.

부작용이 이 정도라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청탁금지법에 보완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청탁금지법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특히 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11월이나 12월에 대국민보고를 하라"고 국민권익위에 지시했다. 국회에는 식사.선물비용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들이 제출돼 있다.

제도개선에 연말까지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김영란법의 부작용은 1년 전 시행할 때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식사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규정부터 완화해 소비 증대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법의 취지는 살리되 현실에 맞게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민 다수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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