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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美·주요국 통화정책보단 국내경기에 민감… 연말까진 통화완화 유지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1 17:37

수정 2017.09.21 17:37

예정된 길 가는 美 연준… 한은, 금리 인상할까
美, 내달 보유자산 축소.. 12월 기준금리 인상 시사
양국 간 금리 역전 현실 땐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탈 우려
부진한 회복세 등 고려 땐 금리 인상이 독 될 수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달부터 보유자산을 축소하고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1.25%)과 미국(1.00∼1.25%)의 금리는 역전된다. 이는 한은의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인상을 쉽게 선택할 수는 없다. 우리 경제의 부진한 회복세나 막대한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이 국내 경제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올 연말까지 한은은 현행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완화적 통화정책 당분간 유지

21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출근길에 서울 세종대로 한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금리인상과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에 대해 "내외 금리차가 고려요인이 되기는 하나 금리차만 갖고 (통화정책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경기가 제일 중요하고, 북한 리스크(위험)도 있어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자산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 같은 대외적인 요인보다 경제 회복세나 가계부채 규모 등 우리 경제 내부적인 상황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리차만으로 투자금을 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한은은 오는 10월,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남겨놓고 있지만 견조한 경기 흐름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금리인상 시점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보유자산 축소 결정으로 한은 금리인상 시기가 크게 앞당겨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인상이 중기적으로는 영향이 있겠지만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올해 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봐야 하는데 최근 북핵 리스크나 하반기 수출이나 건설에서의 둔화 우려 등으로 회복세가 뚜렷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길로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보유자산을 다음달부터 100억달러씩 줄여가기로 했다. 연준은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지난 2009년 3월부터 보유자산을 늘리며 양적완화를 했는데 약 9년 만에 이를 축소하는 것이다. 또 연준은 기준금리의 경우 현재 1.00∼1.25%에서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를 올린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됐다.

미국이 자산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면 한은 입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의 이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보유자산 축소는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긴축효과가 있어서 미국 내 장기물 채권가격 하락과 금리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게 된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 6월 한 차례 인상을 통해 연 1.0∼1.25%로 한국(1.25%)과 동일해 갑작스러운 자금이동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는 12월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양국 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국들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국채 등 자산을 매수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금융완화 축소 문제를 10월에 결정할 방침이다.
캐나다도 지난 7월 기준금리를 7년 만에 인상한 데 이어 지난 6일에 한 차례 더 인상을 단행하는 등 올 들어 두 차례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오는 11월에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에 변함이 없는 한 국내 금리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3명의 금통위원이 통화완화 정도의 축소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금리인상 필요성이 이전보다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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