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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Culture] 대작 뮤지컬 ‘나폴레옹’ 음악감독 김성수를 만나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1 20:19

수정 2017.09.21 20:19

음악감독을 하는 이유요?.. 제 음악이 하고 싶어서죠
‘마마돈 크라이‘부터 ‘굳빠이, 이상’까지 지난 2년간 쉴새없이 음악 작업에 몰두
뮤지컬, 오케스트라, 개인 콘서트 등 장르 넘나들며 작품에 생명 불어넣어
[yes+ Culture] 대작 뮤지컬 ‘나폴레옹’ 음악감독 김성수를 만나다

"음악감독을 하는 이유요? 제 음악을 하고 싶어서죠."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지난 2년간 쉴새없이 달려왔다고 스스로도 자부했다. 바로 김성수 음악감독 이야기다.

그는 지난 2년 사이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곤 투모로우', '오! 캐롤','록키호러쇼'까지 쉴틈없이 활동해왔다. 뮤지컬뿐만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개인 콘서트 '송 포 유(Song for YOU)'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이달 초에는 서태지 25주년 콘서트도 진두지휘했다.

지금은 지난 여름부터 시작한 대작 뮤지컬 '나폴레옹'의 음악감독으로서 오케스트라 피트를 지키는 동시에 서울예술단의 신작 '굳빠이, 이상'의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거의 일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지난 5~6월에도 잠을 잘 못자서 고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상상 이상"이라며 "좋아서 이렇게 일을 몰아치듯 하는 것은 아닌데 계속 연이 닿았고 이에 최선을 다해 책임지고 있을 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음악감독으로 그에게 올해는 분수령이 되는 한 해였다. 그 핵심에 뮤지컬 '나폴레옹'이 있었다. 해외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거의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듯이 전곡을 편곡했다. "원작이 대극장용 작품이 아니었어요. 미국 뉴욕에서도 중소극장에 올리는 작품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올렸어야 했잖아요. 제작진에서는 '나폴레옹'이라는 타이틀이 가진 스펙터클함을 원했었기에 원래대로 올릴 수는 없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모험을 감행했다. 바로 기타와 드럼으로 구성된 밴드 세션과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은 클래식한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을 시도한 것이다. "이게 말이 쉽지 사실은 어려운 거에요. 밴드 드럼 비트 하나만 있어도 극적인 효과를 내기 쉽고 박자 맞추기도 수월해지거든요. 근데 현악을 기반으로 한 오케스트라 구성은 아마 국내 어떤 뮤지컬 공연에서도 그렇게 한 적이 없을거에요."

비트를 만드는 드럼이 없다보니 곡의 박자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중간에 피아노를 사용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원칙을 정하고 어기지 말자"라는 소신으로 끝까지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을 유지했다.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하니 지휘자 의존도가 높아지는 측면은 있어요. 오케피에 있는 연주자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지휘를 보지 않으면 박자를 놓치니까. 그래도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원작곡자(티모시 윌리엄스)의 인정도 받고 앞으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같이 작업도 하자고 하니 가장 기뻤어요. 막상 저는 100% 만족하진 못했지만."

그가 음악감독을 맡은 대다수의 작품들은 그의 손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었다. 창작 외에도 편곡을 안 거친 작품이 없을 정도다. 그는 "한국에서 음악감독을 한다는 건 브로드웨이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 공연시장은 여전히 라이선스 작품이 많고 대개는 원작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음악감독이 작곡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창작한 작품을 생각할 때 누군가의 편곡이 더해지면서 창작의도가 변형되는 것도 보아왔기 때문에 새롭게 창작한 작품은 음악감독까지 맡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그가 21일 서울 청계천로 CKL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린 창작뮤지컬 '굳빠이, 이상'을 작곡하고 또 음악감독도 맡은 이유다.

또 하나 그가 음악감독을 계속 해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해볼 수 있어서"다. 뮤지컬 '굳빠이, 이상'은 무대와 객석 그리고 형식마저 파괴하는 '이머시브 공연(Immersive Theatre)'의 하나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의 크레딧에 예명인 '23'까지 병기했다. 극이 새롭기에 음악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더해졌다.
내러티브를 깨고 이야기를 단절시키면서 음악도 기호화가 이뤄졌다.

지난 2002년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의 편곡과 창작을 해오며 공연 음악계에서 한 축을 담당해 온 그이지만 그에게 있어 음악은 도구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음악이 인생에 선행한다 하지만 저는 그런 타입이 아니에요. 세상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음악이라는 것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를 통해 발언하는 것일 뿐이죠. 음악을 하게 된 것도 참 우연과 같아서 맨 처음에 미국에 영화 연출로 유학을 갔다가 기타로 학교를 가게 됐고 기회가 이렇게 찾아온 것 뿐이에요."

그는 이어 "예술이라는 것은 살아온 모든 것에서 나오는 것이고 축적된 것을 통해 나오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음악감독을 넘어 2인극 연출도 생각하고 있고 빅밴드 뮤지컬도 만들어볼까 생각 중에 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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