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새 정부와 장관의 '인사권 전횡'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4 16:40

수정 2017.09.24 16:40

[차장칼럼] 새 정부와 장관의 '인사권 전횡'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조직의 최고권력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재임기간 독재(獨裁)를 행했는지 여부다.

독재라고 하면 흔히 북한 김정은 정권이나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사담 후세인 등이 떠오르지만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쥐고 독단적으로 그 조직을 지배하는 형태를 모두 지칭한다. 독재자들은 그 권력의 힘에 취해 다양한 의견을 듣기보다는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이 같은 독재 수단으로 흔히 인사권을 활용해왔다. 인사권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조직 구성원들에겐 가차 없이 휘두르는 공포의 도구였다.

조직 구성원들 입장에선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인사권자에게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직의 발전을 위한 간언(諫言)이 아니라 입속의 혀처럼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자칫 밉보였다가는 진급은커녕 한직으로 쫓겨날 수 있다. 심하면 여기저기 돌고돌다가 옷을 벗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대통령이 최강 권력자인 것도 이런 인사권의 정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할 때도 있지만 한 국가를 움직이는 요직에 들어가려면 그 전에 임면권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사인부터 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정권에선 대통령이 한 부처 국장의 인사까지 신경을 쓰기도 했는데 그 유명한 '참 나쁜 사람' 발언은 대통령의 인사 권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사권은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조직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곳이라면 대부분 수장에게 돌아간다. 기업이든, 정부부처든, 사회단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고 인사권자가 되기 위한 과정은 치열하다. 대신 그 열매는 달다.

물론 인사권을 적절하게 활용해 존경과 칭송을 받는 사례도 있다. 다만 이러한 인사는 그 과정에서 주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합리적으로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장관들이 업무파악을 끝내고 첫 인사를 단행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참 나쁜 사람으로 찍혔던 국장이 차관으로 컴백했고, 지난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던 어떤 고위직은 조직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정권과 조직의 최고 권력자가 바뀌면 정책의 추진력을 위해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조치다.

하지만 일부 부처에선 심각한 한숨도 들려온다. 장관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실장, 국장, 과장 인사에 대한 인사권을 마구 휘두른다는 토로다. 이유를 물어보니 적폐청산이나 일 못하는 공무원 물갈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뚜렷한 근거 없이 장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게 주된 배경이다. 오히려 장관과 개인 친분이 있는 인물을 앉히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사실이라면 현 정부의 이미지와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독재이고 전횡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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