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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출입국자 5천만명 시대의 세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6 17:06

수정 2017.09.26 17:06

[여의나루] 출입국자 5천만명 시대의 세금

우리 국민은 21세기의 유목민인 듯하다. 올해 우리나라의 출국인원과 입국인원 합계가 4000만명에 육박하고, 수년 내에 5000만명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올해 출입국 예상인원은 2005년 출입국인원 1450만명에 비해 2.7배 이상 증가한 숫자이다. 국적별로는 외국인이 34%, 우리나라 사람이 66% 점유비율이다. 우리의 소득수준 향상과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출생자)의 은퇴 시작으로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함에 따라 10일간 긴 공휴일이 시작된다.
추석절 황금연휴 동안 고향과 국내 관광지, 그리고 동남아시아·유럽 등으로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관세청은 추석연휴 동안 인천공항 개청 이래 최대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람, 상품, 자본 등의 활발한 이동은 개방시대에 필연적이다.

출입국 인원 5000만명 시대를 맞이해 관광산업, 서비스산업 정책에 혁신이 요구된다.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을 희소성 기준으로 볼 때 세대별로 양극화를 나타낸다. 현업에서 은퇴한 사람은 '시간과잉 세대'인 반면, 현직 근로자는 '시간부족 세대'이다.

일자리 창출의 효자 역할을 했던 제조업은 산업용 로봇·인공지능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관광서비스업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일자리 창출 기회가 매우 높다.

우리 청년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관광서비스업 규제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예시1) 최근 퇴직하기 시작한 우리의 800만명 베이비붐세대들은 시간도 충분하고, 상대적으로 경제력을 가진 '시간 과잉세대'이다. 경제력 있는 베이비부머들의 해외 골프여행을 국내로 대체하도록 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골프는 LPGA에서 우리의 국위를 선양하고, 상당히 대중화돼 있는 인기 스포츠이다. 반면 우리의 골프장에 대한 세금은 1960년대의 인식으로 '고급사치성 업종'으로 취급되고 국세 6개, 지방세 4개 등 많은 세금이 중첩과세되고 있다. 운동시설인 골프장을 외국처럼 세제상 체육시설로 취급하면 가격이 인하되고 동남아시아·중국 등을 향하는 해외 골프여행객의 상당수가 국내로 전환될 것이다. 이에 따른 지방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여행수지 개선 등 중기적으로 '경제적 개선효과'가 '세금 감소액'보다 훨씬 클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적으로 1~2년간 줄어드는 골프장 부족세수는 17만명 신규 공무원 증원의 일부 축소 등 예산항목의 일부 조정으로 보충할 수 있고, 중기적으로는 국가의 세출과 세입의 재정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

예시2) 국내 중상류층이나 중국·일본·동남아 등 부유층 관광객 유치를 위한 차별화된 21세기형 최고급 관광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비행기로 세 시간 이내 거리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의 인구가 2억~3억명에 달한다. 남해안 다도해는 세계적으로 희소한 리아시스식 해안이다. 외국의 선진 관광자본을 유치해 요트 등 해양스포츠, 여가 휴양시설, 카지노 등 최고급 레저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형 하와이를 상상해보자. 관광용 택지공급에 양도세 감면, 일정기간 법인세 감면 등 획기적인 세금감면과 '행정규제 개선'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광서비스업의 중요성과 대안을 알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반대, 경제적 효과의 인식 부족, 정치권의 의견 대립으로 실천은 어렵다. 최근 사드보복, 북핵 리스크 등으로 관광서비스 업종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
21세기 인류의 신유목민 시대를 맞이해 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광서비스업에 대한 '창조적 파괴와 혁신' '환경규제의 합리적 절충'을 상상해 본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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