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졸음운전 이제 그만] 졸음운전, 차량 이동중 발생 현장확인·단속 곤란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6 17:15

수정 2017.09.26 17:15

(1) 불법운행 단속 사각지대
대형버스.화물차량 운전자 근로여건 실시간으로 확인
디지털운행기록장치 의무화 운수업체 제출 강제성은 없어
실시간 대중교통정보 활용.. 단속은 인력 부담 등 문제
경북 칠곡군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148.8㎞ 지점에 '졸음운전! 목숨 건 도박입니다'란 대형현수막이 걸려 있다.
경북 칠곡군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148.8㎞ 지점에 '졸음운전! 목숨 건 도박입니다'란 대형현수막이 걸려 있다.


"졸음운전은 관행적 불법입니다. 졸리면 무조건 자고 가야 합니다." 평소에 비해 30% 이상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졸음운전은 차량이동 중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고 현행법상 처벌이 미약해 재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문가들이 졸음운전 사고를 관행적 불법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선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졸음운전 이제 그만'이라는 주제의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졸음운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책 및 단속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졸음운전 이제 그만] 졸음운전, 차량 이동중 발생 현장확인·단속 곤란

최근 정부가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발표한 근로여건 개선 대책을 두고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책적인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현장에서 확인하거나 단속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불법운행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휴식시간이나 연속근무시간 등 운행정보를 실시간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년에 한 번뿐인 DTG 점검…'네 탓 공방'만 급급

26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대형버스나 화물차량 운전자의 근로여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이 '디지털운행기록장치'(DTG)다. DTG에는 운전시간, 운행거리, 속도 등이 전부 기록돼 운전자 운행정보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모든 사업용 차량에 장착이 의무화됐다.

문제는 장착만 의무화됐을 뿐 제출 의무는 없어 DTG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수업체가 DTG 기록을 자발적으로 관리 당국에 제출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불법운행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관리 당국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DTG 점검이나 단속도 사실상 전무하다. 경기도의 경우 1년에 한 번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마저도 안전점검의 일환일 뿐이라는 것이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DTG 제출이 의무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모자라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DTG 핵심은 안전관리를 운수업체에서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관리.감독 권한도 해당 지자체에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DTG 점검은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보고 있다"며 "특별히 운전자 근로여건을 어겼다고 해서 행정처분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운행기록분석시스템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실시간 관리.감독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운수업체가 DTG를 홈페이지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활용하면 불법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운행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며 행정처분이나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DTG를 다 분석해서 운전자에게 모두 지적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며 "시정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단지 재수 없으면 걸린다고 생각하고 일부 악덕업체의 경우 DTG 기록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며 "DTG는 졸음운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좋은 제도지만 국가가 수시로 점검할 수 없어 관행적 불법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DTG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국토교통부는 내년 상반기 중 노선버스 DTG의 주기적 제출을 의무화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시간 대중교통정보 활용하면 광역버스 관리.감독 가능

광역버스 실시간 교통정보를 활용하는 방법도 불법운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다.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대중교통정보시스템은 지자체에서 정보를 받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자체에서 버스의 현재위치와 도착예정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운전자의 근로여건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경찰 관계자는 "일부 광역버스는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조작의 위험이 없고 자동으로 정상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데이터가 이미 국가나 지자체에 있는 것"이라며 "이 데이터를 이용해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큰 비용 없이 운전자 근로여건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시간 교통정보를 이용한 지자체의 단속은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력과 예산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경기도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경기도 전체 버스 1만대 중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는 2500대 정도 있다.
현실적으로 실시간 모든 버스를 통제하고 감시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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