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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하자보수 책임 떠넘기기에 입주자들만 피해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6 19:54

수정 2017.09.26 19:54

서울 천왕연지마을2단지 현관문 불량에 방충망 찢겨.. 시공사간 책임전가만 눈살
문재인 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한 가운데 행복주택에서 하자보수 등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입주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의 하자보수 책임은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있지 않고 원청 시공사에 있다. 민간 브랜드 아파트 들은 하청을 준 업체가 아닌 해당 브랜드 건설사가 책임을 지고 하자보수를 해 주고 있는 것과 달리 임대주택의 경우 하청업체들에 책임을 돌리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8월 5일 SH행복주택 천왕2지구(천왕연지마을2단지) 입주자 사전점검을 진행한 김태훈씨(가명)는 당시 부실시공 사항들을 체크하고 수리 요청을 했다. 한달 정도 지난 9월 2일 입주했으나 요청했던 사항 중 단 한 건도 수리가 되지 않았다.

사전점검 당시 현관 출입문 도어락이 잘 작동되지 않았다.
당시 동행했던 직원이 먼저 "도어락이 잘 안된다"면서 "체크해 두시면 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입주 당일 도어락이 여전히 수리가 안 돼 있었다.

하자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전점검 당시 테라스쪽 세탁실 여닫이 문이 닫히지 않아 수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입주날 여전히 문이 안닫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시공사에 문의하자 "세탁실이 작다보니 문을 오픈형으로 만들어서 잘 안닫히는 것"이라면서 "다른세대도 다 그렇다"는 알수없는 답변을 늘어놓았다. 김 씨가 "상식적으로 여닫이문이 있는데 이걸 닫히지 않게 만들거면 뭐하러 문을 만들었냐"고 따지자 "고치려면 전 세대가 함께 요청을 해야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전점검 당시 테라스 방충망이 찢어져 있는 것을 체크했으나 이 역시 입주당일 수리가 안됐다. 교체를 요구하자 못이기는 척 아직 입주 안한 옆집 세대에 들어가 방충망을 떼다 달아주는 등 임시방편으로 땜질 처방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당첨된 행복주택 주소도 잘못 공지했다. 처음 홈페이지 당첨자 조회 때 나온 동호수와 게재된 당첨자 리스트 파일 동호수가 달랐다. 이후 계약금 고지서에서도 동호수의 혼선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며 작성한 동호수가 잘못돼 모든 서류를 다시 고쳐쓰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SH공사 측에서는 하자지원은 시공사랑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공사인 대들보건설에서는 일부 미흡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테라스나 화장실쪽 시공사가 모두 달라서 완벽히 대들보건설 책임도 아니라고 떠넘기고 있다. 실제 천왕2지구의 경우 도급계약이 3차는 대들보건설, 2차는 충정종합건설주식회사, 1차는 무영건설로 돼있다. 이외에도 연관된 하청업체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낙찰을 받은 건설 업체 원 수급자는 전문 건설 업체에 하도급을 주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재재하도급 등으로 다단계 하도급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국토교통부에서는 일반아파트가 그렇듯이 임대주택도 건설시공사가 책임을 지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건설사들은 해당 브랜드를 분양한 업체가 하자보수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민간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브랜드로 분양을 했기 때문에 입주까지 책임은 우리한테 있다"라면서 "밑에 도급사에서 한 부분은 그들에게 맡겨서 해결을 하는 등 하자보수를 해야하는 정해진 기간 까지는 책임지고 서비스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공적 임대주택을 매년 17만가구, 임기 내에 총 85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급이 늘수록 입주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게 하자보수 등 서비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불쾌감을 넘어 모멸감까지 느꼈다"라면서 "이곳이 강남 아파트 입주였다면 과연 직원들이 이렇게 대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입주했으니 잘안되는 도어락이든 뭐든 그냥 군소리 말고 쓰라는 것 같아 박탈감을 느꼈다"라면서 "옆집 방충망을 떼다 달아주는 것을 보고 불편을 겪는 세대가 나 혼자만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나도 반영하지 않을거면 한달 전 뭐하러 사전점검을 했을까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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