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세상을 바꾼다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6 22:35

수정 2017.09.2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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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세상을 바꾼다

다음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역 주민의 손으로 직접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선출하는 이 과정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4년마다 선거가 반복되며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내용만 보면 얼핏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꽤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 지방자치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아이와 같다. 걷는 뒷모습이 불안불안,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는 모양새이다.


여전히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주요 정책을 모두 중앙이 결정하고 지방이 따라오는 구조, 세입 80%를 중앙이 갖고 있으면서 세출 80%는 지방이 실행하는 구조, 철저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 오랫동안 문제가 됐던 누리과정 예산, 최근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 중앙이 모든 결정권을 틀어쥐고 지방을 통제하는 구조 속에서 지방이 자생력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지방정부 내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불균형은 이보다 더 큰 문제다. 예산심의.의결과 행정사무감사 권한을 가진 지방의회의 역량이 집행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강(强)집행부.약(弱)의회 구조 속에서 집행부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견제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된다.

최근 몇 년간 지방사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울시의 경우 한 해 예산 규모가 40조원, 이는 중앙정부 예산의 약 10%에 달한다. 이 막대한 예산을 106명 의원 개개인이 면밀하게 살펴보고 심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행정사무감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1000만 시민에게 이뤄지는 모든 행정을 2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들여다보아야 한다. 정례회 기간에 행해지는 시정질문, 상임위 활동, 지역민원 해결 등을 고려하면 지방의회가 국회만큼의 대정부 견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방자치는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국가운영 형태이다. 지방 스스로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창의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그 지역 주민의 정서에 부합하게끔 운영해야 한다. 이런 지방자치가 제대로 꽃을 피울 때 우리나라 방방곡곡이 지역 간 차별 없이 고루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 스스로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내 의사를 정책에 반영할 권리, 그 안에서 행복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지방자치시대를 위한 첫걸음은 우선 지방의회시대를 여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약한 의회가 아니라, 지역 민심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제대로 봉사할 수 있는 강한 의회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의원 개개인이 각개전투를 벌일 것이 아니라, 의회 전문인력들로 무장해서 집행부에 무서운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 의심이 있다면 파고들어야 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방의회가 오랜 시간 주장해온 정책보좌관제도를 도입해서 의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지방의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 바로 지방의회시대의 개막을 진심으로 소망한다.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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