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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다양성 명화] 방황하는 소년을 위한 엄마의 괴물, ‘몬스터 콜’

신민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2 09:03

수정 2017.10.02 09:03

다양성 영화는 작품·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저예산 영화다. 긴 명절 간 극장을 찾는 것도 좋지만,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가족과 다양성 영화를 보는 것 역시 추석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떤 영화가 적절할지 막막한 독자들을 위해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다양성 ‘명화’를 골라 리뷰해 본다. <편집자 주>


사진= 몬스터 콜 스틸 컷
사진= 몬스터 콜 스틸 컷

영국 맨체스터 소년 ‘코너 오말리’는 마음 둘 곳이 없다. 이혼한 엄마는 중병을 앓고 새롭게 아내를 맞은 아빠는 미국에서 배다른 동생까지 낳았다. 코너를 돌봐 줄 외할머니도 깐깐하기 그지없다.
울타리가 돼야 할 학교는 따돌림을 겪어야 하는 공간이다.

코너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도맡을 만큼 의젓하지만 마음속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품은 채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어느 날 꿈속에서 주목나무가 일어서 코너에게 걸어온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그렸던 괴물의 형상이다. 주목나무 괴물은 12시 7분이 될 때마다 나타나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네 이야기를 하라”며 윽박지른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몬스터 콜(Monster Calls)’이다.

몬스터 콜은 ‘판의 미로’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앞서 주목을 받았다. 허나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배경과는 거리가 멀다. 어둠침침한 분위기와 괴물이 등장하는 터라 ‘다크 판타지’를 표방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치는 관객을 적잖이 볼 수 있다.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전작 ‘더 임파서블’에서 보여줬던 가족의 모습을 사뭇 다르게 풀어낸다. 더 임파서블이 재난 속에서의 가족을 그렸다면, 몬스터 콜에서 소년은 가족·세상과 빚는 갈등을 풀어나간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당찬 주인공 진 어소 역을 맡았던 펠리시티 존스가 병약한 엄마로, 에이리언 시리즈의 강인한 여전사 시고니 위버는 신경질적인 외할머니로 출연한다. 리암 니슨이 단단하고 고압적인 괴물 목소리를 맡은 게 인상 깊다.

사진= 몬스터 콜 스틸 컷
사진= 몬스터 콜 스틸 컷

영화는 대부분 어두운 장면으로 이뤄졌다. 밝은 장면도 대부분 채도가 옅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배경이 영화 전체를 음울하게 꿰뚫는 탓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괴물이 들려주는 두 이야기가 그림으로 표현되는 게 독특하다.

괴물은 왕자, 목사, 보이지 않는 사람에 대해 차례대로 이야기한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은 후반부에 이르러 코너를 매개체로 이어지고, 상영관을 나선 뒤에도 곱씹을 거리를 제공한다. 본질과 선택에 대해서다.

지금껏 겪던 방황이 엄마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던 소년에게 괴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길을 제시한다.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보다 뭘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통해서다. 죽음을 두고 모순된 감정을 겪는 소년이 행동으로 본질을 찾도록 돕는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레이첼 도스가 브루스 웨인에게 “나를 정의하는 건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충고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몬스터 콜은 일차원적으로 ‘힐링 무비’로 평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괴물은 “엄마를 살려 달라”는 소년을 따뜻하게 위로하기보다 되레 호통을 친다. 숨겨왔던 속내를 털어놓은 뒤에야 단 한번 다독인 뒤 사라진다.

사진= 몬스터 콜 스틸 컷
사진= 몬스터 콜 스틸 컷

심적 치유보다는 심리 치료에 가깝다. 심리 상담을 할 때 가장 먼저 할 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다. 치료는 환자가 제 병을 인정한 뒤에야 시작하는 것 아닌가. 몬스터 콜에서의 힐링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음을 어루만지기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관객이 스스로 깨닫도록 만든다.

몬스터 콜은 엄마의 죽음을 극복하는 소년을 그려낸다. 여기에 외할머니의 성장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할머니 역시 코너 만큼이나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릴 적 딸이 사용하던 방문을 걸어 잠그고 외손자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는 건, 딸을 코너의 엄마로 여기기보다 자식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딸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비로소 갈등을 빚던 외손자에게 “우린 서로 다르지만 엄마라는 존재로 이어졌다”는 진심을 내비치며 한 단계 성장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코너에게 딸의 공간을 내어주는 장면은 엄마를 넘어 비로소 할머니가 됐다는 걸 암시한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몬스터 콜에 부제를 굳이 붙인다면 ‘그렇게 할머니가 된다’가 아니었을까.



[추석의 다양성 명화] 방황하는 소년을 위한 엄마의 괴물, ‘몬스터 콜’
몬스터 콜(Monster Calls) / 2016년 作, 2017년 9월 국내 개봉.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루이스 맥더겔 (코너 오말리 役)
펠리시티 존스 (엄마 役)
시고니 위버 (할머니 役)
리암 니슨 (괴물 役)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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