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이제 그만]

운수업체·운전자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

(3) 졸린데 운전대 잡는 것은 ‘과실 아닌 고의’
운전자 장시간 과로 시달려.. 휴게시간 없이 운행 강요
운수업체 대한 처벌 미약
사고때 형사처분도 불가능
업계에 안전불감증 만연.. 사고 운전자 처벌도 강화를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참사를 낸 광역버스 소속 업체인 오산교통 경영진을 상대로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이 반려됐다. 업체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한 사례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영장 반려의 주된 원인이었다.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졸음운전 사고의 관광버스 운전자는 1심에서 금고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졸음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졸음운전은 만취상태에서 운전한 것과 다름 없지만 약한 처벌로 인해 안전불감증이 업계에 만연해있다는 것이다. 운전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방치하는 운수업체와 함께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운전자 법정근로시간 초과 만연…업체 책임은 과태료 180만원 불과

28일 교통안전공단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등에 따르면 사업용 차량 운전자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버스 운전자의 경우 약 12시간,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약 11시간이다. 월 총 근로시간은 239.9시간이며 운전시간과 식사, 대기시간 등을 합치면 총 299.3시간에 이른다. 법정근로시간 226시간을 초과하는 것이다.

운전자들의 연장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59조 때문이다.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 연장 근로는 주 12시간으로 제한되지만 근로기준법 59조에는 노사가 서면 합의를 하면 어떤 제한도 없이 12시간을 초과해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는 26가지 예외업종이 나열돼있다. 대표적인 것이 운수업으로, 운전자들이 매일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도입돼 56년이나 된 이 조항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자들이 장시간 과로에 시달리고 있지만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불법운행을 하게 하는 운수업체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해 버스 운전자 운전시간 제한을 지키지 않은 경우 법적 제재는 운송사업자는 1차 30일, 2차 60일, 3차 90일간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과태료는 180만원에 불과하다. 화물차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해 일반화물은 180만원, 개별화물은 60만원의 과태료가 사업자에게 부과된다.

경찰에 따르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분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졸음운전 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는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형사처분이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경찰은 결국 자동차 정비와 관련된 문제점을 찾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용해 업체에 형사처분을 묻고 있다.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관리해야 할 업체의 경각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재수 없게 걸리지만 않으면 되고 걸리더라도 과태료를 내고 만다는 생각이 많다"며 "현재로서는 감시가 잘 되지 않아 적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졸려도 운전대 잡은 운전자도 책임…최대 금고 5년은 약해

졸음운전 사고를 낸 운전자 당사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졸음운전은 운전자가 안전운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어서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졸음이 오면 사고가 발생할 것을 알고도 운전을 했기 때문에 과실이 아니라 '고의'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안실련 사무처장은 "졸음운전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도로 위 흉기'로 불리지만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이라며 "졸음운전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에 대한 동정여론이 있지만 사실은 개인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업체와 개인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일본에서 효과가 증명됐다. 지난해 1월 나가노현 18번 국도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관광버스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업체에 부과하는 벌금을 1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개인에 대한 처벌도 징역 1년 이하, 벌금 1500만원으로 강화했다.
이후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부 안전성 검증 결과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직권으로 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어 수십 개 업체가 문을 닫기도 했다.

이 처장은 "업체와 운전자가 갑과 을의 관계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문제제기를 해야 하고 전체적인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한다"며 "접점을 찾고 냉정하게 판단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