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전경련 존재의 이유

오늘 어디 있느냐는 지인들의 전화에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자실'이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아직도 전경련이 존재해?"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은 사실상 잊혀진 존재가 됐다. '적은 인원이나 약한 힘으로 남의 힘을 받지 아니하고, 힘에 벅찬 일을 극악하게 한다'는 고군분투(孤軍奮鬪)라는 말이 절로 생각날 정도다.

실제 전경련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것처럼 조직도 크게 위축됐다. 우선 조직과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조직은 당초 7본부에서 1본부 2실로 40% 이상 감소했으며 인력 역시 200여명에서 현재 100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임원과 직원 임금을 각각 40%, 30% 삭감했고 사무공간 역시 기존 4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절반이 축소됐다. 기자실 역시 44층에서 3층으로 내려오면서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지만 '반짝 관심'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존 체임버스 전 S&P 신용등급평가위원회 의장을 초청해 북핵 리스크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 문제를 논의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 반 전 총장과 체임버스 전 의장을 세미나에 연사로 초청하기 위해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을 필두로 전경련 구성원 전체가 나섰다는 후문이다.

전경련이 살아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핵심 회원사였던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은 여론에 밀려 탈퇴한 상태다. 기업과 정부 간담회에서 전경련이 제외되는 이른바 전경련 '패싱(passing)'도 여전하다. 전경련 변신의 시발점인 명칭 변경도 언제 될지 미지수다. 산업통상자원부 내부 인사가 다 완료되지 않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개명하는 데 필요한 정관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

과거 경제단체 '맏형'을 자처해온 전경련이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정권 초기 쏟아지는 각종 재계 이슈에 기업측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조세정책, 정부 재정지출, 통상임금 등 재계 이슈와 관련해 기업측 또는 사용자측 입장에 대해선 그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사 문제에 대해 그나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의견을 내는 것이 전부다.

일방통행식 정부 정책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한쪽 목소리를 외면하고 한쪽 목소리만 듣고 결정하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비판하는 적폐 중 하나다.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쌍방 통행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자유롭게 각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을 통해 최적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전경련은 정권 초기 위축될 대로 위축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 보다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경련을 아직 탈퇴하지 않고 남아 있는 기업들 또한 그런 전경련의 모습을 바랄 것이다. 그게 전경련의 존재 이유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