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위기엔 뭉쳐야 한다

한가위 때만 되면 남북 이산가족들이 부둥켜안고 흐느껴 울던 광경에 온 국민이 함께 눈시울을 적시곤 했다. 분단으로 임신한 아내를 두고 생이별했던 남편은 반세기 만에 깊게 파인 주름과 하얗게 센 머리를 부끄럽게 매만지는 부인을 상봉장에서 서럽게 맞이해야 했다. 올해도 민족 화합의 명절이 다시 왔건만 이산가족 만남은 고사하고 한반도는 북핵 위기에 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말 폭탄' 속에서 미 전략폭격기 B-1B가 북한 쪽으로 출격하는 등 전쟁 불안감이 크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단숨에 평양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보수층에선 남한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촉즉발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국가부도 위험지표인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런 와중에 수출경제를 짊어질 재계는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 장기화로 더욱 어수선하다. 초대형 방산품 수출을 준비해왔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한 경영진이 검찰의 초고강도 방산비리 수사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수사에 이어 이명박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치 댓글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되는 등 정국은 극단의 혼란에 빠져 있다. 안보위기 상황에서 검찰이 정권 초반부터 고강도 수사를 성급히 해야 하느냐는 보수층의 불만도 팽배하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막힐 것 같은 답답한 국가적 혼란 속에서 가장 개탄스러운 것은 국론 분열이다.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에 국민들까지 사분오열 직전이다.
범죄행위에 가까운 적폐는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다만 안보위기 상황에선 방법과 시기가 중요하다. 남북긴장이 잦아든 뒤에 수사해도 늦지 않다.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경계해야한다.


다행인 것은 명절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회동하고 국정상설협의체를 논의한 점이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협치에 스스로 불참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남남 간 소통도 안되는데 남북 간 대화가 될 리도 없다.

조선은 임진왜란 수년 전에 조선통신사의 전란 우려 보고를 받았지만 대비를 못했다.
끝없는 당쟁이 원인이었다. 그 결과 민초들이 생사 고통에서 7년간이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구호가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김경수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