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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CEO들, 화려한 경력·인맥 갖춘 ‘상위 1%’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5 11:39

수정 2017.10.05 11:54

외국계·관료 출신에 가문까지 '눈길'
왼쪽부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윤영각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 회장,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조건호 파인스트리트 회장, 이민주 에이트넘파트너스 회장
왼쪽부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윤영각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 회장,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조건호 파인스트리트 회장, 이민주 에이트넘파트너스 회장

사모펀드(PEF) 최고경영자(CEO)들은 ‘상위 1%’에 해당하는 경력과 인맥을 갖췄다. 글로벌 감각을 자랑하는 외국계와 관료 출신이 주름잡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북아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김병주 MBK 회장은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는 김병주 회장의 영어 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사명이다. 그는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막삭스와 미국 금융기관인 살로먼스미스바니, 사모펀드인 칼라일 등을 거친후 2005년 MBK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회사가 세워진 뒤 씨앤앰(C&M), HK저축은행, 금호렌터카, 일본 유니버셜 스튜디오, 두산공작기계, 대성산업가스, 코웨이 등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켰고 2015년에는 7조원을 웃도는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 딜이었던 홈플러스 인수에 성공하며 주가를 높였다.


특히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 칼라일그룹 등 막강한 글로벌 PEF를 물리치고 따낸 성과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매각가치가 조(兆) 단위에 이르는 코웨이 등 자금회수(엑시트)를 앞두고 있다. 지난 8월에도 이랜드의 홈&리빙사업부로 연매출 3000억원에 이르는 모던하우스를 7100억원에 인수키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출범 13주년을 맞이한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공격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며 “최근 골프장부터 영어교육업체까지 다양하게 투자 보폭을 넓힌 것은 물론 블록딜, IPO 등 투자 대상에 대한 엑시트도 다변화 해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명예회장의 맏사위이자 회계업계 거물로 꼽히는 윤영각 회장도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최근 아시아경제로부터 증권 및 재테크 포털사이트인 팍스넷에 이어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아시아자산운용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650억원을 들여 팍스넷 지분 44.36%를 인수했고, 아시아자산운용의 지분 60%도 확보했다.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는 팍스넷과 아시아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금융과 재테크,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종합 핀테크 기업을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윤 회장은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법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 1991년 6명의 회계·변호사들과 함께 회계법인인 삼정KPMG를 설립해 2001년까지 약 20년간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파인스트리트그룹 회장과 KTB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등을 거쳐 2014년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를 세웠다.

손 대는 투자 건마다 대박을 터트려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민주 에이트넘파트너스 회장은 연극배우 겸 연출가로 이름을 날린 고(故) 이해랑 선생의 둘째 아들이다.

이 회장이 투자 대가로 알려진 결정적인 시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C&M)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지분 65%를 맥쿼리 주도 국민유선방송투자(KCI)에 매각했다. 그 때 매각대금이 1조4600억원에 달했고 그때부터 이민주 회장은 ‘1조 거부’로 이름을 올렸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도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모간스탠리PE 한국 대표와 아시아 총괄 CIO(최고투자책임자)를 지낸 후 지난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한앤컴퍼니를 창업했다. 한 대표는 지난 2010년 5월까지 모간스탠리 PE 대표로 재직하면서 쌍용(현 GS글로벌)과 랜드마크자산운용(현 ING운용), 현대로템 등 10여 건의 굵직한 딜(거래)을 주도해 왔다.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해 유명세를 치른 조건호 파인스트리트 회장은 리먼브라더스 한국 대표를 거쳐 글로벌 본사 부회장까지 역임한 투자은행(IB) 업계의 전설로 꼽힌다. 관료 출신으로는 변양호 보고펀드 공동 대표와 구본진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표주자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토종 1세대 PEF로 꼽히는 보고펀드로 합류했다.

구본진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도 행시 24회로 기획재정부 차관보(재정업무관리관)를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그는 공직에 입문한 후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재정정책, 국고 등 재정 전반의 보직을 거쳤고, MB정부 들어서는 정책조정국장과 재정업무관리관(재정차관보) 등 요직을 역임했다. PEF 대표로 명함을 바꿔 단 지 불과 1년 반 만에 1000억원 규모의 ‘IBK 포스코 트루벤 기업재무안정 PEF’를 결성했고, 경남 울산지역 상공인과 손잡고 ‘경은사랑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남은행 인수전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기업가 출신들로는 PE업계에선 삼성 출신들이 약진이다.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펀드 대표, 지난해 케이더인베스트먼트를 창립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어피너티 한국 대표 박영택 부회장, 이상훈 모건스탠리PE 한국대표도 삼성그룹 출신이다. 다만 진대제 대표는 지난해 부인과 세 자녀를 모두 회사 요직에 앉힌 ‘가족기업형’ PE 경영으로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PEF 특성상 자금의 모금, 운용, 청산까지 모두 원스톱으로 완벽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선수급 인재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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