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현장클릭

[현장클릭] 미래전략은 책상에서 안나온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8 16:55

수정 2017.10.08 16:55

[현장클릭] 미래전략은 책상에서 안나온다

앞으로 수십년 후 한국 경제를 이끌 대표 먹거리는 무엇일까.

지난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뒷받침했던 산업들이 휘청거리면서 미래먹거리 확보에 대한 민관의 노력이 수년 전부터 분주했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기획재정부의 조직개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십년 후 한국 경제의 기둥이 될 산업 등의 정책적 지원 등을 고민하는 조직이 생겼다. 그러나 다른 신설 조직에 비해 크게 주목은 받지 못했다. 조직개편의 주인공은 경제구조개혁국과 재정혁신국이었다. 한국의 구조적 문제와 재정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경제구조개혁국이 신설돼 일자리 기획과 포용성장, 인구경제 등을 담당한다. 재정혁신국은 고강도 재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기존 조직이 확대 재편됐다.

두 조직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장기전략국도 생겼다. 국가비전 수립과 사회적 경제 육성 등 5년 이상의 장기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다. 다른 부처에 일부 있던 기능도 일원화했다. 한마디로 중장기 미래전략을 짜는 조직이다.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조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최근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주요 산업들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조선, 해운, 철강은 이미 수년째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성공해도 과거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기 어렵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중국 등 후발주자와 기술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역시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장기전략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만회할 것을 찾아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할 수 없지만 방향성 등은 정책지원으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은 생겼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최신 기술과 세계적 트렌드를 읽는 데도 한계가 있다. 올해가 가기 전 미국 실리콘밸리로 일부 직원이 출장을 가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단 1~2주 출장을 다녀오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이 조직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책상에 앉아 수십년 후의 미래전략을 구상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책 역시 최신 정보를 담지 못한다. 실시간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이를 이끌어 가는 조직과 환경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국내 금융사의 최고경영자 중 한 사람은 1년에 3~4개월은 해외에 머문다. 본업과 특별히 관계없는 실리콘밸리, 최신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등을 수시로 방문하며 그곳의 창업자, 연구진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단기간 결과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다만 앞으로의 기술발전이 금융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민하고 회사 경영의 방향을 제시한다.
장기전략국이 배워야 할 자세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