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공염불 그친 '코리아 세일 페스타'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6:22

수정 2017.10.09 16:22

[기자수첩] 공염불 그친 '코리아 세일 페스타'

"그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아닌가요? 백화점 세일 행사랑 다른 게 없던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 주도 아래 지난달 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한 한 백화점에서 소비자가 한 말이다.

작년에 처음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진행될 때의 분위기는 쇼핑관광축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부는 세계가 주목하는 쇼핑관광축제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폈다. 하지만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국민들의 외면 속에 1년 만에 백화점 등 유통업계 '그들만의 행사'로 전락한 모습니다. 왜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1년 만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닌 '그저 그런, 일상적인 세일 행사' 수준으로 평가되는 걸까.

그 이유는 우선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세계가 열광하는 것은 언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가격할인에 있다.
이 행사기간엔 유명 브랜드 의류는 물론이고 다이슨 청소기 등 유명 가전제품을 80~90% 싸게 판다. 국내 소비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쇼핑 리스트를 만들고, 당일 밤잠을 설쳐가며 이때 해외 직구에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어떤가. 할인율은 평소 정기세일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 사실상 백화점 등이 365일 내내 세일을 하는 상황에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이라고 이 시기를 기다려 굳이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 한두 시간 인터넷을 찾아보면 오히려 세일보다 더 싼값에 같은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제품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없다. 할인율이 높은 것은 고작해야 이월상품 등 평소 세일기간에 구매가능한 품목이 대다수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이벤트나 체험행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상상 이상의 할인율을 선보이거나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하나의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3~5년간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쇼핑관광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과 지속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정부 당국자와 행사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기존 정기세일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런 행사를 왜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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