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십만원 칩 쌓아놓고 “도박 아니에요”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6:26

수정 2017.10.09 16:26

신종 ‘카지노 술집’서 블랙잭 게임 즐기는 손님들
술집 입장료 1만원만 내면 칵테일쿠폰.3만원 어치 칩
게임하다 다 떨어지면 술이나 안주 구매해 칩 확보
“현금으로는 교환 안되지만 술.안주 살수 있어 도박행위”
서울의 한 카지노 술집에서 손님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서울의 한 카지노 술집에서 손님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최근 서울의 한 술집에서 딜러가 한 남성에게 "나이스, 블랙잭"이라며 알려주자 같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던 참가자들이 부러움 섞인 탄식을 쏟아냈다. 딜러는 남성이 배팅한 칩의 높이에 맞춰 2배를 돌려줬다. 2~3분만에 한 판이 끝났다. 참가자들은 딜러가 카드를 회수해가자마자 1만원, 5만원짜리 칩을 걸고 카드를 기다렸다.


9일 경찰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신종 카지노 술집이 지자체와 경찰로부터 행정처분과 단속을 받고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손님들은 꾸준히 업소를 찾아 카지노 게임을 즐긴다.

■"이건 도박 아니에요" 라는 손님들

술집에서는 카지노 게임기구에 설치된 조명이 어두운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술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 1만원을 내야 한다. 입장료를 내면 무료 칵테일 쿠폰과 3만원 어치 칩을 받는다. 칩이 다 떨어지면 술이나 안주를 구매해 칩을 받을 수 있다. 술값 1만원을 내면 1만원 칩을 받는 식이다.

8명이 앉을 수 있는 블랙잭 테이블 2개는 손님들로 꽉 찼다. 손님들은 술잔 옆에 쌓아 놓은 칩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카드를 바라봤다. 8만원부터 수십만원 상당의 칩을 쌓아둔 손님도 있었다.

4번째 이 곳을 찾았다는 한 남성은 "게임을 알게 된 후 승률도 나쁘지 않고 재미있어서 친구와 자주 온다"며 "칩 1만원만 더 따면 술도 한 잔 마실 수 있어 좀 더 하다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시간 가량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해당 업소에서 일하는 딜러도 대부분 실제 카지노 업소에서 일했다는 전언이다. 게임 방법을 가르쳐 주던 한 딜러는 "여기 딜러 대부분이 몇 년째 호텔 카지노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딜러들은 실제 카지노 업소와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이 같은 게임방식을 도박으로 보지 않는 손님이 대다수다. 수십만원 짜리 칩을 술잔 옆에 쌓아두고 블랙잭 게임을 즐기던 한 남성은 "불법이었으면 이미 다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칩을 현금으로 바꾸는 게 아니니까 도박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연인과 술집을 찾은 한 여성도 "이색 데이트 장소라고 해서 찾았을 뿐"이라며 "불법도박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칩은 재물로 인정…사행행위 맞다"

경찰은 이 같은 카지노 술집이 명확히 불법 도박 업소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전문 딜러로부터 칩을 획득해 술이나 안주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칩은 재물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며 "카지노 술집의 칩 교환행위를 도박.사행행위로 보고 단속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에서 단속된 카지노 술집은 28개소. 검찰은 '업소 안에서는 도박이나 그 밖의 사행행위 또는 풍기문란행위를 방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벌금 300만~500만원을 구형했다. 일부 지자체도 식품위생법에 따라 해당 업소에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6개 업소는 카지노 기구를 제거하거나 폐업했다.

그러나 나머지 단속된 업소 대부분은 영업 중이다.
행정처분 속도가 느리게 진행돼서다. 관할 지역 카지노 술집 행정처분을 검토 중인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영업정지 2개월 처분할 예정"이라면서도 "행정처분 완료 때까지는 최대 1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 주시할 것"이라면서 "카지노 술집을 오랫동안 드나들며 거액을 도박에 사용한 정황이 포착되면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은 카지노 술집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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