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원전 수출, 정부 속마음이 궁금하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0 17:10

수정 2017.10.10 17:10

유럽 인증 획득에도 무반응.. '수출지원' 의지 믿을 만한가
한국수력원자력은 9일 한국형 원전 모델의 유럽 수출형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우리 기술로 만든 차세대 모델 'APR1400'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유럽 등 세계 신규 원전시장을 향한 교두보를 확보한 쾌거다. 그런데도 원전 수출에 팔을 걷어야 할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문제다. 심지어 한 여당 의원은 한국 원전의 기술력을 깎아내리는 보고서까지 냈다. 한국 원전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개가를 올렸는데도 탈원전 강박증에 빠져든 듯한 여권의 분위기가 걱정스럽다.


지금 국제 원전시장은 탈원전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적어도 사양길은 아니다. 한수원이 이번에 수출 관문을 뚫은 영국.체코 등 유럽뿐 아니라 중동과 인도, 아프리카에서도 원전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세계적으로 연평균 1000억달러 규모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다행히도 이참에 우리는 미국.일본.러시아.프랑스에 이어 5번째로 EUR 인증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안전성 면에서 기술력이 처지는 중국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게 문제다. 오죽하면 세계적 원전.환경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겠나.

물론 정부도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고 있긴 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과 수출금융기관, 건설사 등을 불러 민관 합동 원전수출협의회를 개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산업부는 EUR 인증으로 우리가 원전강국으로 공인받았는데도 이에 대한 공식 견해를 내놓는 데도 한없이 굼뜬 모습이다. 이러니 탈원전 하면서 원전 수출은 고수하겠다는 정부의 이중 행보가 그나마의 믿음도 못 얻는 것이다.

한국전력이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천명한 이후 올 상반기에 4427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한다. 원전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동안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늘린 게 주원인이었다. 설령 긴 안목으로 탈원전 흐름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더라도 국내 원전을 애물단지로 여기는 기류를 조성해선 곤란하다.
더욱이 공사 계속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 작업이 진행 중인 신고리 원전 5.6호기도 APR1400 모델이다. 안전성과 경제성 양면에서 국제적 비교우위를 확보한 우리의 차세대 원전이 아닌가.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기 마련이다.
성급한 탈원전 광풍에 휘말려 국제시장 입지마저 흔들려 꿩도 잃고 매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말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