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또 다른 을의 눈물

추석 연휴에 편의점을 운영하는 친구를 만났다. 대화는 자연스레 최저임금으로 모아졌다. 내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한 달 수익의 40%가량인 100만원 정도 추가 비용부담이 생긴다고 한다. 심야시간 문을 닫는 걸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심야영업금지법이란 자조 섞인 농담이 나왔다.

친구의 하소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매출이 줄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통계를 찾아봤더니 실제 올 2월 국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줄기 시작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오르면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볼 업종은 편의점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악명 높은 '자영업자 무덤'이다. 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꼴인 600만명이 자영업자다. 이 가운데 400만명은 직원 없이 가게를 운영한다. 이들이 무너지면 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을을 위한 정책에 또 다른 을이 눈물을 흘린다. 최저임금뿐만이 아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논란이 많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을이 반대에 나서는 일도 잦아졌다. 서울대 고령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정규직화를 반대한다. 정규직이 될 경우 60세 정년에 걸려 밥줄이 끊어져서다.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말라는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정책에 대해선 전국 사진관 주인들이 삭발까지 하며 반발했다.

최저임금을 올려 빈부격차를 줄이고 성장을 견인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선의가 항상 의도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비정규직 보호법이 더 많은 비정규직을 만들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서다.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만의 정부가 아닌, 국민 모두의 정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노무현정부가 편 가르기 논란에 갇혀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성찰의 결과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다며 원전을 적폐로 몬다. 부동산정책도 노무현정부를 닮아간다. 2005년 노무현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할 당시 만난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한 나라의 부동산정책은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어야 하는데 투기꾼 잡는 데만 온 힘을 쏟는 것 같다"고 혀를 찬 적이 있다.

국정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봐야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을을 위한 정책 때문에 또 다른 을이 눈물을 흘리면 하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나마 최근 여권에서 최저임금 속도 조절, 혁신성장론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6개월째 접어드는 문재인정부도 이젠 '초짜'티를 벗어야 한다.
국정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반대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디테일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