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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붉은 독개미를 대하는 장관들의 상반된 자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2 14:33

수정 2017.10.12 19:50

이른바 ‘살인 독개미’로 불리는 외래 붉은 불개미의 국내 상륙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석 연휴 나라가 들썩였다.

별명처럼 이 개미가 가진 독성 때문이다. 크기는 5mm에 불과하지만 맹독성 독침을 가지고 있어 일단 쏘이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발표였다.

더욱이 북미에선 한 해 평균 8만명 이상이 붉은 불개미의 표적이 됐으며 이 가운데 100여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곤충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에도 붉은 불개미 이름이 올라가 있다.

붉은 불개미는 생존력도 강하다.
모든 개체가 사멸해도 여왕개미만 살아있으면 광범위하게 번식시키는 종이다. 실제 이 개미는 이런 능력 덕분에 원산지인 남아메리카를 벗어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대만 등 환태평양 14개국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당장 방역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최초로 발견된 부산항을 비롯해 전국 주요 항만에 긴급 방제 작업을 벌였고 혹시라도 남아 있는 개체가 없는지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여왕개미 색출작업도 이뤄졌다.

긴급 상황은 실무진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방역당국 수장들도 추석연휴를 반납해가며 방제·조사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나라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의 장이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붉은 불개미 발견 이후 현장을 처음 찾은 것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다. 그는 추석 다음날인 지난 5일 인천항 제4부두를 찾아 외래 붉은 불개미 조사 현장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검역사항에 대해 보고받은 뒤 조치사항과 인천항 내 트랩의 설치 현황도 둘러봤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 못지않게 진행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조사 현장을 방문한 것도 추석 연휴기간인 지난 7일이다. 그는 부산 감만부두에서 붉은 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곳과 개미집이 있던 장소를 살펴보고 주변에 설치된 트랩 등을 점검했다.

김영춘 장관 역시 “해수부는 유해생물 차단에 필요한 조사와 검역 권한, 인력이 없는 만큼 농식품부, 환경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방역당국의 또 다른 축인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관련 지시나 발언도 현재까지 없다. 김은경 장관의 공식·비공식 일정은 3일 오전 개천절 경축식과 4일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끝으로 9일 추석연휴 쓰레기 수거현장 방문현장 전까지 4일간 비어있었다. 환경부는 농림부, 해수부와 함께 붉은 불개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는 관련 중요 부처다.

물론 장관이 반드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실무진들이 맡은 임무에 충실하면 붉은 불개미 퇴치는 가능하다. 장관의 추석명절도 존중한다.

하지만 장관이라는 자리는 실무진과 그 무게부터 다르다. 정부의 관심을 표현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장관의 현장 방문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래서 서해 기름유출 때도, 세월호 때도, 나라의 혼란이 발생한 곳은 언제나 당국의 장관이 함께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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