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카뱅 말고 은행으로 보내줘"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1 17:10

수정 2017.10.11 17:10

[차장칼럼] "카뱅 말고 은행으로 보내줘"

제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카뱅)가 출범한 지 두달이 지났다. 카뱅은 신선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없이 계좌이체를 할 수 있는 것은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상대의 계좌번호가 없어도 카카오톡 친구라면 돈을 보낼 수 있고,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도 1000원이 넘는 수수료 걱정 없이 돈을 뽑을 수 있으니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었다. 경조사비 이체, 현금 결제가 필요할 때 간단히 돈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 삶은 이전보다 분명 편안해졌다. 카뱅이 출범 당시 내세웠던 '편리한 세컨드 뱅크' 전략이 정확히 먹혀든 셈이다.


"카뱅 말고 은행으로 보내줘." 말한 사람은 50대였다. 카카오톡으로 돈을 받아 계좌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이 번거롭다고 했다. 카뱅에 대한 불만도 컸다. 마이너스통장 신청을 시도했지만 두달째 실패만 거듭했고, 그 사이 최저금리는 3.04%까지 올랐다. 신청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체크카드는 아직 받지 못했다. '은행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게 등을 돌린 주된 이유였다.

귀여운 캐릭터로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체크카드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카드에 적힌 영문 이름이 여권상 영문명과 같지 않은 경우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카뱅 체크카드는 마스터카드로, 영문 이름이 다르면 해외 사용이 어렵다. 당초 카뱅 체크카드를 신청할 때 영문명을 입력하는 과정은 없었다. 사용자들의 영문명을 받지 않고, 한글명을 영문명으로 자동변환해 카드를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제까지 발급된 카뱅 체크카드는 280만장으로 추산된다. 체크카드를 처음 받는 데 한달여 시간이 걸렸다. 교체해 다시 받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고객들은 막막하다.

카뱅은 애초에 은행 전문가가 아닌 ICT 전문가들이 만든 은행이다. 기존 은행의 틀을 깨부순 변화와 혁신은 그래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고객의 시선은 '은행의 기본'으로 돌아가 있다.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

카뱅 대출의 고신용자 비중은 89.3%, 전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목적처럼 여겨지던 중금리 대출은 아직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데이터를 축적하려면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거래은행을 갈아타긴 어려워도 세컨드 뱅크는 바꾸기 쉽다.
'은행 말고 카뱅'의 신뢰를 쌓기 위해선 기본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편리함 이상을 바라보는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
시행착오를 너그러이 헤아려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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