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유통업계 '코리아 세일 페스타' 딜레마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1 17:17

수정 2017.10.11 17:17

할인율 권한은 제조사에 있는데… 소비자는 "파격할인 없다" 외면
"정부 지원 부족" 지적도
정부가 내수진작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한 달 일정으로 오는 31일까지 진행 중인 국내 최대 쇼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놓고 유통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지만 소비자들은 '무늬만 블랙프라이데이'라며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할인율과 제품수준 등이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정기세일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에서 11일 만난 한 소비자는 "할인율이 큰 상품들은 대부분 한참이나 지나 이월된 떨이 상품"이라며 "유통업체의 생색내기용 행사 아니냐"며 꼬집었다.직장인 김모씨(25)도 "마진을 많이 남기려고 가격표의 가격을 올린 뒤 대폭 세일하는것 처럼 보이게 한다는 인터넷 글을 많이 봐 세일 가격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행사가격을 제조사에서 정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처럼 파격 할인이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블프'는 제조사 중심...구조적으로 달라

업계에서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수준의 제품과 할인폭을 선보이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유통업체들이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다. 때문에 이 기간에 저렴하게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해 세일폭을 자율적으로 크게 함으로써 '박리다매'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홍보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래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외국 소비자들도 해외직구 등을 통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한국은 유통사가 판매 수수료만 챙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세일 가격 결정에 대한 유통사 권한이 없다. 애초에 행사 물건을 들여올 때 제조사에서 정하는 가격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더 이상 가격 조정이 불가능하다. 유통사 마음대로 너무 싸게 팔 경우 제조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고, 할인율을 너무 낮게 잡으면 세일의 의미가 없으니 유통업체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제조사가 호응을 해줘야 할인폭을 키울 수 있는 데 정부가 유통업체에만 할인을 요구하다보니 할인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사도 의무가 없다 보니 적극적으로 할인에 나서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 지원.국내외 환경도 발목 잡아

유통업체는 정부의 지원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는다.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위해 56억원이나 들였다고 하는데 유통업체가 제품할인 등을 위해 지원받는건 하나도 없다"며 "블랙프라이데이같은 파격세일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상황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통한 내수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며 면세점과 백화점 등의 매출이 예년에 비해 부진한 상황이다. 최장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연휴도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일각에서는 "어차피 가을 정기세일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가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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