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첫 공판부터 날선 공방

특검팀 "1심 ‘명시적 청탁’ 불인정 수긍할 수 없어”
변호인 “안종범 수첩 단어나열 수준 증거능력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서로 경영권 승계 현안.부정한 청탁 존재여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등을 놓고 1심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특검 "개별현안에 명시적 청탁 있었다"

특검은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심 첫 공판에서 1심 재판부가 삼성의 개별현안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개별현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단독면담 말씀자료와 안종범 수첩에 명확히 기재돼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과 관련된 204억원의 뇌물공여 부문에 대한 1심의 무죄 판결도 반박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다른 대기업에 대해서도 재단 지원 요구를 했다는 점을 들어 재단지원 관련 부정한 청탁이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며 "삼성은 다른 대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9월15일 첫 번째 면담에서 이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는 대가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약속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시점부터 삼성과 대통령 간 밀착관계는 형성된 상태로, 두 번째 면담에서 이 부회장은 재단 지원을 경영권 승계 지원의 부정한 청탁대가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이 부회장 측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없어"

이 부회장의 대리인인 이인재 변호사는 "1심은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포괄적 현안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며 "개별현안을 떠난 포괄현안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은 2차 영장 청구를 위해 등장한 것"이라며 "증거에 의해 확인되는 팩트가 아니라 가공의 개념으로, 수사기관이 영장청구할 때 쉽게 파악할 수도 없었던 현안을 대통령이 무슨 수로 파악했을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1심에서 정황 증거로 채택된 안종범 수첩에 대해서는 "안종범 수첩은 원진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성한 재전문서류(재전문증거)에 그친다"며 "단독면담에 참석하지 않은 안 전 수석이 대통령에게 전해들은 말에 의존해 작성한 것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첩 내용 자체도 주어와 술어가 존재하지 않고 단어를 나열한 수준으로 안 전 수석 역시 증인신문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 존재하고 어느 사람의 발언인지 특정하지 못했다"며 안 전 수석의 진술 증거능력이 없다면 수첩도 증거능력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안 전 수석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려면 (원진술자인)박 전 대통령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어야 하고 법정에 나와 진정성립을 인정해야 하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재재전문서류에 해당돼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판례의 통설”이라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