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정대균 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 하늘. 숲. 바다. 인생. 원시림 속 聖스러운 네 가지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2 20:50

수정 2017.10.12 20:50

(16) 제주 세인트포CC
너럭바위 사이 뿌리 내린 울창한 숲 야자수 1000여 그루의 이국적 정취
김녕바다 내다보는 호사 가능한 곳
세인트포 코스.세인트프레드 코스 총 38홀 ‘두 얼굴의 그린’ 구비
대형호수가 둘러싼 비타 6번홀 압도.. 마레 9번홀선 그림같은 낙조에 힐링
제주 세인트포CC 비타코스 7번홀(파3).
제주 세인트포CC 비타코스 7번홀(파3).

【 제주=정대균 골프전문기자】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혼재해 있는 곶자왈 지대를 지나 우리나라 최대의 상록수림대를 가르마 가르듯 가로지른 길로 들어선다. 한적함은 10여년 전 그대로지만 비포장이었던 신작로가 깔끔하게 포장돼 있다. 차를 세워 내린 다음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숲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종가시나무 때문인지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내친김에 저 멀리 김녕 바다를 내려다보는 호사까지 누려본다. 원시림의 지평선과 맞닿아서인지 마치 바다에서 또 다른 바다를 만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해녀들의 숨비소리로 들린다.

원래 이 지역은 제주도 방언으로 '빌레'라고 불리는 너럭바위로만 이뤄진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었다. 오죽했으면 그 흔하디 흔한 묘지 하나 없을까. 흙이 너무 귀한 이곳에서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 바위 틈새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한 마디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원시림지대에 자리잡은 것이다. 제주도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리조트(대표 남규환)다. 이 골프장은 '성(聖)스러운 네 가지'라는 의미의 이름에서부터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네 가지란 하늘, 숲, 바다, 인생이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이상향'으로 자리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묘산봉 관광지구 내 429만7520㎡(약 130만평) 부지에 총 36홀로 조성된 이 골프장은 2007년 12월에 개장했다. 부대시설로 골프텔, 골퍼스 플라자, 실외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체류형 코스로 제격이다. 최근에 한라그룹에서 인수해 ㈜제이제이한라로 법인명을 바꾸고 회원제였던 36홀 코스를 대중제 27홀과 회원제 9홀로 전환했다.

■두 얼굴을 가진 36홀

세인트포의 참맛은 독특하고 색다른 골프코스에 있다. 코스는 각각 18홀로 구성된 세인트포 코스와 세인트프레드 코스 등 총 36홀이다. 두 개의 코스가 잔디 조성면이나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서 하나의 골프장에 왔지만 두 개의 골프장에서 플레이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세인트포 코스는 페어웨이부터 그린까지 온통 벤트그라스로 조성됐다. 다소 여성적이면서 전략적 플레이가 요구된다. 모든 홀은 독립적이며 야자수와 다양한 야생화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그래서 '태양의 강렬한 정열을 담은 하늘'을 뜻하는 씨에로(Cielo) 코스, '야자수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숲'을 의미하는 보스코(Bosco)로 구분했다.

세인트프레드 코스는 '바다'라는 뜻의 마레(Mare) 코스와 '인생'을 의미하는 비타(Vita)로 구성됐다. 전장은 총 7466야드로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잔디는 세인트포 코스와 달리 켄터키블루그라스다. 직선으로 뻗은 넓고 긴 페어웨이는 장타자들의 장타 본능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홀 주변이 수림대로 조성돼 있어 코스를 벗어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비타 코스에는 세인트포의 시그니처홀이 있다. 4만2975㎡(1만3000여평)의 대형 호수를 둘러싸고 조성된 비타 6번홀(파5), 비타 7번홀(파3), 비타 8번홀(파4)이다. 시각적으로 주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일단 대형 폰드에 주눅이 먼저 든다. 그런데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왠지 모를 오기가 발동된다. 오늘 안되면 나중에 다시 도전해보리라는 배수진을 치고 호기롭게 샷을 해본다. 마레 코스 9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낙조도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다. 풍력발전소 풍차와 멀리 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골프코스를 따라 줄지어서있는 제주 세인트포CC 골프텔.
골프코스를 따라 줄지어서있는 제주 세인트포CC 골프텔.

■독특함이 조화를 이룬 복합리조트

세인트포 골프&리조트는 입지만 남다른 게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골프장 입구에서부터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길고 곧게 뻗은 수십 그루의 야자수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이 골프장에는 곳곳에 1000그루의 야자수가 심어져 있다. 제주 고유의 멋에 스스로의 맛을 덧칠했다. 먼저 건물 하나하나의 색상과 형태가 자유롭다. 유럽풍의 클럽하우스는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펼친 형상으로 조형미와 다양한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클럽하우스 내부로 들어서면 그 어떤 골프장에서도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인테리어에 눈길이 간다. 마치 우주 공간에 떠있는 기분이다. 클럽하우스 전망대에 올라서면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경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광활하게 펼쳐진 수림대와 저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세인트포의 특별한 가치를 선물한다. 클럽하우스 옆 골퍼스 플라자는 건물이 자유분방하고 자연주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곳은 단순한 골프장 부대시설이 아니다. 독창적인 상상력이 결집된 공간 속에 마련한 골퍼들만의 놀이 공간이다.

골프텔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지중해의 한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지중해풍 건물양식이다. 각각의 독립된 건물과 양면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구조다. 곡선을 최대한 활용한 내부 인테리어 등은 골프장이 완전히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안에 들어서면 마치 현재와 미래를, 국내와 해외를 옮겨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제주 속의 또 다른 제주

제주도 골프장은 눈, 비, 바람, 안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한라산 기슭에 코스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인트포 코스는 다르다. 해발 50~140m 지대에 위치해 있어 기후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게다가 제주공항에서 40분이면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도 좋다. 성산 일출봉, 월정리 카페촌, 함덕 해수욕장 등이 지근 거리에 있어 골프, 관광, 그리고 휴양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남규환 대표는 "제주도 골프장 중에서 해발 200m 이하에 위치한 골프장은 4개뿐"이라며 "이곳에서는 1년 365일 푸른 잔디 위에서 상쾌한 라운드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 이곳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1.8다. 난대림과 한대림이 공존하는 천연 상록수림대는 겨울에 온기를, 여름에는 바위틈으로 냉기를 뿜어내 기온과 날씨 걱정 없이 연중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인트포는 자연이 선사하는 에너지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마지막 골프장'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36홀의 골프장과는 별도로 ㈜제이제이한라는 오는 2019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식물원과 일루미네이션을 결합한 17만5000여㎡ 규모의 복합테마파크를 조성 중에 있다.
향후 제주도 동북부 관광의 허브로서 자연과 어우러진 가장 매력적인 관광단지로 재탄생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golf@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