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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보복' 한국기업 피해 8조"..'WTO 위반' 정부 7개월전 법률검토도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3 09:06

수정 2017.10.13 09:17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진출 한국기업 피해액이 올해 말까지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지난 3월 우리 정부는 '사드 보복'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다는 내용의 법률검토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WTO 제소 카드를 접는 등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중국의 사드보복 무역 피해사례를 받은 결과 현재까지 247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기업벤처부에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집계했다.

구체적으로 롯데마트 역시 최근 중국 내 전체 매장(112곳) 매각을 목표로 매각주관사를 선정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1∼8월 중국 매출이 작년보다 75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마트는 20년만에 중국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대ㆍ중소기업 할 것 없이 사드 보복 피해가 잇따른 상황에, 이 의원 측은 "정부가 오락가락 횡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3일 WTO 제소 등 통상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다음날 청와대는 "한·중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간다"라는 정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13일 열린 '제13차 한중통상점검 TF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무역협회, 코트라, 산업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해 현안을 논의했지만 중국 사드 보복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롯데마트나 전기차 배터리, 현대차 등에 가해지는 보복은 모두 FTA 협정 위반이다.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무대응으로 인해 애꿎은 기업들만 피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이제라도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자유로운 송금 등 한·중 FTA 협정에 명시된 보호조치만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WTO나 투자자국가간소송(ISD) 제소처럼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산업은행 추산으로 중국의 사드 문제에 따른 경제손실이 7조원에서 22조원에 달한다. 국회는 올해 3월,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실태조사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토록 촉구한 바 있다. 이런 지적을 조속히 이행했다면 (피해상황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드보복 조치에 대한 WTO 위배에 대해 정부가 법률 검토를 받고도 한·중 간의 여러 현안을 고려해 '제소 카드'를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우리 정부는 지난 6일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북한의 핵 도발 공동 대응, 통화 스와프 재연장 등한·중간 현안을 고려해 중국에 WTO 제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제출 자료에서 정부는 지난 3월 중국의 유통·관광 분야 조치가 WTO와 한중 FTA 협정에 위배되는 지 여부를 국내 법무법인에 자문했다. 법률 검토는 WTO와 한·중 FTA 협정의 '최혜국 대우' 등 14개 규정을 중점 확인했다. 이 결과 중국의 경제 조치가 일부 조항을 위배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관광 분야 조치는 중국 정부가 3월15일 시행한 한국관광 금지 7대 지침이다. 한국행 단체 여행상품 판매금지와 크루즈 한국 부두 정박 금지, 롯데 관련 상품 전면 퇴출 등이다. 중국 롯데마트에 대한 위생·소방점검 및 매장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도 포함됐다.

산업부는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 중국의 조치가 어떤 조항에 위배되는지 검토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산업부는 그간 중국에 대한 WTO 제소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정 의원은 "WTO 제소 유보 결정은 아예 (제소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WTO 등 세계기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중국의 행동에 대해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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