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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법무장관 수사지휘권부터 내려놔야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5 17:02

수정 2017.10.15 17:02

[차장칼럼] 법무장관 수사지휘권부터 내려놔야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핵심과제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검찰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법무부 외청으로 행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검찰과 달리 독립된 수사기관인 공수처를 통해 과거 검찰이 다루던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전담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재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놓고 볼 때 검찰이 완전한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구체적 사건의 지휘권을 갖고 있어서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법무부 장관이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객관적 잣대를 통해 검찰을 지휘한다면 오히려 검찰의 독단을 막을 훌륭한 견제장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검찰인사권을 행사하는 현 구조상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종전처럼 계속 인정하는 것은 하명수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실제 노무현정부 시절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불구속수사를 지시했다. 당시 강 교수는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지휘 요청에 강 교수에 대한 구속수사 의견을 냈지만 천 전 장관은 검찰의 구속의견을 반려했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장관의 정식 지휘권 발동에 대해 '외풍'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용퇴 형식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근대적 검찰제도를 탄생시킨 프랑스의 경우 과거 형사소송법에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권을 인정해 왔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범죄 혐의가 명백한 사건에서 반드시 서면으로 기소명령만 할 수 있었고 지휘서는 수사기록에 편철하도록 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했다. 하지만 이런 견제장치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로부터 검찰 독립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관한 일체의 지휘권을 폐지해 버렸다. 검찰의 중립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장관의 인격과 정치철학에만 기대기보다는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다.


검찰제도에 관한 국제표준인 유럽평의회 권고안 역시 특정사건에 대한 행정부의 불기소 지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검찰권의 견제장치로 공수처 설치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법무부가 검찰행정을 넘어 수사권을 지휘.감독하는 현 제도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검찰 수사가 행정부에 예속되지 않을 때 비로소 '권력의 시녀' 논란에서 자유롭게 되고 신뢰받는 형사사법을 구축할 수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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