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공공갈등, 윈윈 가능한 조정제도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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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에 있는 A가 국유지 무상사용 허가기간이 종료됐는데도 이를 반환하지 않은 채 주차장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B로부터 7000만원 상당의 변상금을 부과받은 사건이 있었다. A는 국유지에 설치한 주차장 시설이 자신의 소유라며 무상으로 계속 사용하고자 하고, B는 더 이상의 무상사용은 어렵다며 변상금을 부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A가 주차장을 설치하는 데 많은 비용을 들였고, 현재 지역 주민이 주차장을 무료로 자유로이 이용하고 있어 주차장을 다시 유료 이용으로 전환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법원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으나 문제는 소송비용과 시간이다. 소송은 한 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걸린다.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감정적 비용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소송 외에 다른 해결방법은 없을까. '천안 국유지 주차장' 사례는 실제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조정을 통해 해결됐다. B는 A에게 국유지 무상사용 기간을 연장해 주되 A는 이미 부과된 변상금을 납부하고, 국유지의 무상 사용기간 관리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합의했다. 조정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비용이 들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감정적 앙금을 전혀 남기지 않은 채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조정제도는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소송 지상주의식 분쟁해결이 한계를 드러내자 당사자 간 자율적 분쟁해결을 도모하려는 대체적 분쟁해결 시스템의 일환으로 등장했다.

사실 '소송 의존주의'의 문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역시 정치.노사.계층 간 갈등으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를 법원 소송으로만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결국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소요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난 9월 말 행정심판 조정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행정심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 법률에는 행정심판 청구의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위해 조정을 할 경우 양 당사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조정이 성립하면 그 효력은 행정심판의 재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제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치면 행정심판에서 조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행정관련 분쟁에 있어서는 사익 대 사익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경우의 효율적 해결방식인 재판제도보다는 조정제도 활용이 더욱 절실하다. 왜냐하면 행정 분쟁에서 국민의 상대방은 국민과 대립하는 지위에 있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행정심판 과정에서 조정을 통해 국민의 어려움을 경청하면서 국가나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국민에게 최대한을 배려할 수 있는 것이다. 행정심판에서 조정 성립은 양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므로 이른바 '찍힌다'는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한편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에 공공행정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법규 공백에서 오는 분쟁은 조정 과정에서 상호 합의를 통해 적시적이고 실효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올 한 해도 어느덧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법원 재판보다 훨씬 쉽고 편한 행정심판 조정제도가 '공공 갈등해결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상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