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특별기고] 혁신성장은 '남의 숙제'가 아니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16:57

수정 2017.10.16 16:57

[특별기고] 혁신성장은 '남의 숙제'가 아니다

혁신성장이 화두다. 성장담론이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인데도,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남의 숙제'처럼 취급한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성장담론 논쟁이 더 반갑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대한 믿음이 성장전략의 논리적 기반으로 통용돼왔다. 과거에 정부는 이런 인식에 바탕한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했다.
적은 자원을 여기저기 나누기보다는 기업으로 집중시켰고, 빈약한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시장을 겨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세계사에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전후해 사정이 바뀌었다. 수출의 고용창출 효과가 점차 약해지자 성장의 과실이 국민경제로 파급되는 효과도 빠르게 줄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부가 흘러가지 못하면서 '고용증대 없는 성장'과 '임금상승 없는 성장'이 고착화할 조짐이다. 낙수효과에 대한 이런 비판적 접근은 국제기구 보고서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후 5년 동안 성장률이 0.08%포인트 감소한다. 즉,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하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높아지면 성장률이 0.38%포인트 증가한다. 한계소비성향, 즉 추가소득 발생 시 소비율이 높은 서민.중산층의 소득증가가 경제성장에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위 분수효과(fountain effect)다. 새 정부가 과거의 성장방정식 대신 소득주도성장을 택한 논리적 배경이기도 하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추경, 정규직 전환 등으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특히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정부지출과 소비증가 이외에도 기업투자를 증대시킬 수 있는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이 같이 가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봐도 혁신이 시급하다. 한은 보고서를 보면 2001~2005년 4.8~5.2%에 이르던 잠재성장률은 2016~2020년 2.8~2.9%까지 주저앉는다. 기술도 혁신을 먹고 자란다. 2016년 기술수준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 격차는 겨우 1년이다. 어어 하다 보니 따라잡힐 처지가 된 것이다.

지금이 호기다. 성장담론 논쟁에서 정부의 유연함과 보수.진보 간 균형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소득주도성장과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견인하는 혁신성장이 함께 갈 때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하다. 이제 성장담론은 혁신성장의 개념.방법을 채워넣고, 경제주체별 역할을 나누고, 소득주도성장과의 정책조합을 키우는 방향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혁신성장은 여야, 노사, 민관이 모두 합심해서 풀어야 할 '우리의 숙제'이다.

이원식 한국재정정보원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