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위기의 한국GM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6 17:20

수정 2017.10.16 22:32

[기자수첩] 위기의 한국GM

#. 3년간 쌓인 적자는 2조원에 달한다. 지난 9월엔 내수판매량이 작년 동월 대비 36.1%나 빠졌다. 5년 넘게 지켜온 내수판매 업계 3위 자리에서도 밀려났다. 일부 공장 가동률은 30%에도 못 미친다. 회사는 노동조합과는 입장 차이로 임금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의 현 상황을 나열해놓고 보니 '한국시장 철수설'이 뜬금없는 소문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그야말로 한국GM은 출범 후 최대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GM 본사가 투자처로서 한국시장을 포기하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통상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선다. 임금동결, 비용절감 등을 통한 효율성 회복에 주력한다. 물론 근로자의 고통분담이 동반된다. 하지만 한국GM은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GM에 '구원투수'로 지난달 카허 카젬 사장이 투입됐다.

취임 직후 그는 줄곧 "한국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선 올해 인도 철수 작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카젬 사장의 취임 후 첫 업무도 철수설 진화작업이 됐다. 국회 등에서의 해명에 집중하며 자연스레 회사 경영은 뒷전이 됐고, 그 사이 회사 사정은 더 악화됐다.

실제 그가 취임한 9월 한국GM이 내수시장에서 판매한 차는 8991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쌍용차에 밀린 성적표를 받았다.

카젬 사장이 취임 당시 지목한 최우선과제는 '사업구조 재편'이었다. 한국GM의 수익성 회복이 절실하다는 입장도 호소했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와 다소 어긋난다.

이 와중에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GM에 대한 지분매각제한권과 자산매각에 대한 거부권(비토권) 효력이 이달 중 종료되면서 회사 안팎에서 철수설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GM이 경영위기에도 최소 15년간 한국에서 사업을 유지해야 했던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GM의 사업구조조정 작업 과정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취임 한 달, 길지 않은 시간일 수 있다.
다만 한국GM의 운명을 가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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