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약가 인하가 능사는 아니다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9 16:48

수정 2017.10.19 16:48

[기자수첩] 약가 인하가 능사는 아니다

"지금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약가 인하는 제약업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약가 인하가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재원 마련이 이유라면 제약.바이오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거론되고 있는 약가인하론에 대해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제약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약가 인하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약가인하를 거론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약가 인하가 실현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국회와 정부가 약가 인하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가계의 높은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보다 16%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이를 OECD 평균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올바른 정책방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복지를 늘리려면 재원마련은 필수다. 정부와 국회는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약가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건강보험 급여체계에서 약가 인하는 곧 제약사의 수익 하락을 불러온다. 국민 건강과 관련이 깊은 제약사에는 높은 책임과 의무가 요구되지만 수익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난 2012년 정부가 단행한 약가 일괄인하 조치로 국내 제약사들의 수익감소는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익이 줄자 일부 중소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하기 위해 남긴 연구개발(R&D) 비용을 삭감했다.

특히 대형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을 위한 비용을 줄이는 한편 외형 성장이 용이한 도입신약으로 눈을 돌렸다.
가뜩이나 글로벌 제약사에 종속된 국내 제약산업을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선의가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문재인 케어'라는 선의를 위해 제약산업을 위축시킨다면 그것을 최선의 결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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