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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강군몽 (强軍夢)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9 16:57

수정 2017.10.19 22:15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린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위한 무대였다. 좌우에 후진타오, 장쩌민 전 주석을 앉힌 채 장장 3시간24분간 행한 연설의 키워드는 '신시대'였다. "2050년까지 세계 선두 국가가 될 것"이라며 중화제국의 부활을 선포한 것이다. 왜 '시 황제'라는 별명이 따라붙는지 이해할 만했다.

시 주석의 연설에서 이른바 '중국의 꿈'(中國夢)이라는 비전에 용의 눈을 그려넣겠다는 그의 강렬한 의지가 읽혀졌다. 3개의 치라이(起來)를 언급했을 때가 그랬다.
그는 "근대 이후 고난을 겪었던 중화민족이 떨쳐 일어서서(站起來.잔치라이), 부유해지고(富起來.푸치라이), 강대해지는(强起來.창치라이) 비약을 거쳐" 중화제국의 부흥을 일구겠다고 선언했다. 전자의 두 '치라이'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역할이었다면 마지막 '창치라이'는 그의 몫이란 얘기로 들렸다.

중국을 종합국력에서 세계 선두인 나라로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비전을 탓할 일은 아니다. 풍요로운 큰 시장을 옆에 두게 될 우리가 되레 반길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 속에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겠다는 목표가 포함된 게 한.중 관계사를 돌아볼 때 마음에 걸린다. 시 주석은 이날 "이 세기 중엽까지 세계 일류 군대라는 강군몽(强軍夢)도 함께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경우에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그의 약속이 왠지 공허하게 들렸다.

6·25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영국군 장교 앤서니 패러-호클리는 60만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기가 질렸던 모양이다. "몇 시간 동안이나 공격과 격퇴가 반복되는 가운데 밤이 가고 새벽이 왔다. 점차 가공할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용기, 전술, 혹은 기술적 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다만 지금은 '하이브리드(핵+정규전+비정규전+심리전+사이버전) 전쟁'이 거론되는 시대다.
중국이 인해전술 대신 최첨단 무기로 강군몽을 실현하는 상황이 우리에게 더욱 달가울 순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대중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분명하다.
'핵 폭주' 중인 북한이 더는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임을 각인시키는 일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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