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삼성물산 합병 승소] 국민연금 배임 인정 안한 법원… 이재용 항소심 새국면 맞나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9 17:29

수정 2017.10.19 17:29

‘이재용 1심’과 다른 결과
"총수 지배력 강화됐더라도 목적 부당하다 볼 수 없다"
법원, 합병과정 위법여부 국민연금 논란과는 무관.. 배임적 요소 부족하다 판단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 1심 유죄 판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민사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주장하는 합병과정상 위법성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함종식 부장판사)는 1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결했다. 일성신약이 합병 무효 사유로 제시한 주장은 단 1건도 인정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논란, 합병위법 여부와 무관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합병목적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이 부회장의 형사 1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일성신약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이번 합병이 포괄적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경영상의 합목적성이 있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의 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는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는 사정만으로 목적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관련 논란도 삼성물산 합병과정의 위법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무렵 국민연금공단을 대표한 최광 전 이사장이 합병 찬반을 결정하기 위한 과정에 보건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장의 개입을 알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2015년 7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은 아무 흠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내부 결정과정에서 하자로 인한 손실이 있더라도 공단 내부에서 법률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 자체가 거액의 투자손실을 감수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과 같은 배임적 요소가 있었다고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일성신약 측은 앞서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을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이 공모해 보건복지부 장관 및 감독을 받는 국민연금공단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결권 행사 방향을 지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런 행위는 헌법에서 정한 주주들의 평등.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재판과 민사소송 달라"

이 부회장이 형사소송에서 주요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민사소송에도 후폭풍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이 부회장 1심 재판에서도 일성신약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측 관계자가 찾아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주면 건설 비용을 받지 않고 신사옥을 지어주겠다고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 측은 "수백억원대 소송을 2년 가까이 하고 있는 상대 당사자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1심 유죄와 관련 없이 민사재판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민사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밝혀진 주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삼성물산 합병 위법성 여부는 별개로 다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민사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뇌물죄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은 삼성물산 합병 소송과 쟁점이 달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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