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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바퀴 도는 필수설비 공동활용제도] 해외처럼 필수설비 상품화… "독점해야 이익" 인식 바꿔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9 17:42

수정 2017.10.19 22:08

3·끝   공동활용률 높이는 방법은
선진국 공동활용 이미 활발
영국 최대 통신사업자 BT, 별도 회사 만들어 임대 사업.. 美는 공동사용 사실상 의무화
새 수익모델로 활용하자
정부 "상품화 방안 검토중"
후발주자 중복 투자 줄이고 5G 조기 상용화 발판 삼아야
[헛바퀴 도는 필수설비 공동활용제도] 해외처럼 필수설비 상품화… "독점해야 이익" 인식 바꿔야

영국 최대 통신사 BT는 지난 2006년 필수설비 운용을 담당하는 별도 사업부 '오픈리치'를 설립한데 이어 올 3월에는 아예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본격적으로 필수설비 임대를 사업화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KT를 비롯해 주요 유선통신 회사들이 통신관로와 전주 등 필수설비를 경쟁회사에 임대하고 수익을 얻는 사업모델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 확산되고 있다. 필수설비 공용화에 대해 경쟁사에 핵심 설비를 내줘 가입자를 뺏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과거형 인식이 수십조원의 가치를 지니는 필수설비를 땅속에 묻어두기만 하는 우를 범해 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필수설비 자원의 활용도를 떨어뜨리고 통신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 낡은 사고를 벗어나 가입자 경쟁이 포화에 달해 성장이 멈춘 통신산업에서 필수설비를 새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선 필수설비 시장으로 내놓자"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의 의무제공설비 부문 매출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50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KT의 필수설비 수준을 갖추기 위해서는 20조원 이상의 투자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추정을 감안할 때 사실상 KT가 필수설비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KT의 경쟁 통신업체가 필수설비를 공동활용해 더 빠른 설비를 구축하게 되면 선발사업자 역시 망을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많은 통신업체들이 필수설비를 공동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통신 투자도 축소되고 있었다는 말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2001년 광케이블을 포함한 필수설비를 개방한 이후 NTT의 투자가 늘었다.

이 때문에 필수설비 공동활용 제도를 활성화해 전국에 구축된 필수설비를 시장으로 내놓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경쟁회사에 단순히 필수설비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이 멈춘 통신시장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통신시장 투자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을 위해 필수설비를 실질적인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비단 KT의 필수설비 뿐 아니라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등 후발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필수설비도 상품화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는 방향도 함께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일찌감치 상품화...5G 조기 상용화의 기반으로도 활용

이미 해외에서는 유선 필수설비 시장을 조성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모든 유선통신 필수설비를 이동통신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 필수설비 활용도를 높이고 5G 설비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필수설비를 제공하지 않는 유선통신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식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해 사실상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영국 역시 올 3월 5G생태계 선도를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오프컴과 필수설비 공동활용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방침에 맞춰 BT는 오픈리치를 별도 사업법인으로 분리해 시장선점에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사업자와 공공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기존 무선망, 유선망을 활용해 5G 인프라에 투자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해외 각국에서는 이미 필수설비를 통신산업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만들어 필수설비의 활용도를 높이고 통신업체들의 투자 확대도 유인해 내고 있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조기 상용화 준비 과정에서 불필요한 중복 투자는 막고 기존 설비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핵심 과제"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관련 고시 등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유선시장 특성상 필수설비가 매우 중요한 경쟁제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향후 고시 집행력이 떨어지면 법 개정 등을 통해 필수설비 제도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못을 박았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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