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차기 연준 의장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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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세계경제의 방향을 좌우할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누가 될 것인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겁다. 현재 5명으로 후보가 좁혀졌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5명 모두 맘에 든다"며 막판까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그간의 선례와 의장으로서 업적으로 보자면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이 재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최근 수십년간 미 대통령들은 연준 의장 재임을 결정했다. 연준 의장이 야당측 인사일지라도 시장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하고 연임시킨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을 1996년과 2000년 두차례 연임 결정했다. 뒤이어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4년 그린스펀의 5번째 연임을 결정한 뒤 2006년 벤 버냉키로 대체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버냉키 의장의 재임을 결정한 뒤 2014년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으로 대체했다.

가장 최근 임기를 채우지 못한 연준 의장은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윌리엄 밀러다. 밀러는 1978년에 연준 의장에 올랐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17개월 뒤 폴 볼커에게 자리를 뺏겼다. 밀러는 연준 역사상 가장 무능한 의장으로 꼽힌다. 짧은 재임기간 수차례 금리조정을 통한 경제안정을 도모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했고 실업률 또한 상승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밀러와 달리 꽤 좋은 경제 성적표를 갖고 있다. 지난 4년의 임기 동안 실업률은 취임 당시의 6%대 후반에서 4.2%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2%를 밑돌고 있다. 연준이 이상적이라고 보는 수준에 근접해 있다. 옐런은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고 지난 9월 자산매입 축소를 선언했다.

그의 안정적이고 주의 깊은 리더십은 연준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옐런이 연준 관료들과 정책방향에 관해 합의를 이끌고 시장 및 여론과 소통하는 데 능력을 발휘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과 전문가들은 옐런의 연임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옐런의 연임 가능성은 22%로 가장 유력한 후보인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28%)보다 낮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옐런의 연임에 회의적인 이유는 그의 정책방향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성장을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옐런은 반기를 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규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옐런 의장은 최근 트럼프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가 초래한 대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백악관과 공화당에서는 옐런의 연임에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해 안정적 경제상황을 조성해온 옐런을 교체하는 위험을 감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은 현재 그리 쉽지 않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 러시아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가 진행 중이고 반이민정책과 오바마케어 폐지 등 핵심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으며 공화당 인사들과의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 및 이란 핵문제 등 대외상황도 좋지 않다. 지지율은 38%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안정적 경제상황을 흔드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위험부담이 될 수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