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생아 머리에 2㎝ 칼자국.. 산모측 “사고경위 얘기 안해”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2 17:05

수정 2017.10.22 22:22

제왕절개 수술중 신생아 머리에 2㎝ 칼자국 났는데 봉합까지 5시간…무슨 일이?
차병원 “충분한 설명과 조치”
산모측 “상처 깊이도 몰라”.. 수술의사 “스쳤다”고 말해
지난 7월 1일 경기 분당 차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 중 메스에 베이는 사고가 발생, 봉합수술을 받은 신생아. 사진=피해가족 제공
지난 7월 1일 경기 분당 차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 중 메스에 베이는 사고가 발생, 봉합수술을 받은 신생아. 사진=피해가족 제공

경기 분당 차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중 신생아가 수술용 칼에 머리를 베인 뒤 5시간이 지나서야 봉합수술이 이뤄진 경위를 둘러싸고 산모측과 병원측이 대립하고 있다. 산모측은 사고 초기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데다 장시간 아이를 방치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지만 병원측은 충분한 설명과 조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22일 차병원과 피해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산모 최모씨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던 중 자신의 아이가 수술용 메스에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 아이는 왼쪽 머리 위쪽에 2cm의 자상(刺傷)을 입었고 사고 발생 5시간이 지나 봉합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 직후 무호흡증세까지 보인 아이는 머리에 수술자국이 선명히 남은 상태다.

■"스쳤다"고 말한 의사, 봉합 필요성은…

논란의 쟁점은 수술을 맡은 산부인과 전문의 A교수가 출산 후 부모에게 사고 상황 등을 상세히 설명했는지, 사고 이후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다.
해당 부모는 A교수가 아무 설명없이 "스쳤다"고만 말해 결과적으로 아이를 방치한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반면 병원 측은 사고 직후 A교수가 부모에게 아이 상처 깊이 등은 물론이고 사건 경위, 조치 방안을 충분히 알렸고 봉합수술 전까지 부모와 계속 소통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다음날인 2일 낮 12시께 A교수는 피해가족과 만나 사고 직후 "스쳤다"면서도 봉합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에는 아이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A교수는 이날 사고에 대해 "(아이) 머리 피부 벗겨진 걸 설명하면서 스쳤다는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살짝 스쳤을 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피부가 덮여서 (괜찮을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아이 아버지가 "사실 스쳤다는 말도 칼에 스쳤다는 말인줄 생각도 못했고, 칼에 스쳤다는 얘긴 안 해줬다"며 "일단 기다려보자 했는데 사과한 사람도 없었고. 무슨 이유로 (사고가 났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하자 A교수는 "보통 설명할 때 칼에 스쳤다는 얘기를 하는 건 좀 그렇죠"라고 답했다.

이어 "꿰맬 필요까진 못 느꼈다"며 "신경을 건드리거나 하는 등 큰 문제는 없고 아이는 회복력이 빠르다"고 덧붙였다. 당시 A교수는 사고 후 아이 상태를 직접 관찰한 적은 없었다는 점도 피해가족에게 털어놨다.

아이 부모는 병원 측 대응에 분통을 터뜨린다. 산모 최씨는 "당직의사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올라오기 전까지 아무 조치방안도 듣지 못했고 지금도 아이가 어느 깊이로 다친건지 정확히 모르는데 병원측은 충분히 알렸다고만 말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어느 깊이인지 모르는데…" "충분한 설명과 조치"

이에 대해 A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사고 당시 아이 머리에 금이 가 있는 것처럼 보여 심각한 상태로 판단하지는 않았다"면서 "뭐에 금이 생겼는지 몰라 보호자에게 아이 머리를 보여주며 스쳤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를 방치한 게 아니고 의료기록에도 나오지만 소아과에서 아이 상태를 관찰, 문제 없이 처리했다"며 "충분한 설명과 조치였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당수 의료인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의사가 '스쳤다'고 표현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외과 전문의 B씨는 "의사들 사이에서나 '칼에 베였다'는 의미로 '스쳤다'고 말하지 환자에게까지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며 "아이 상처가 꽤 깊어 보였는데 왜 발생했고 향후 조치 방안을 설명하는 게 상식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또 산부인과 전문의 C씨는 "제왕절개 중 신생아가 다치는 사고는 가끔 있지만 '스쳤다'고 표현한 것은 충분한 설명이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유아 기자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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