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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한·일 수산물 분쟁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2 17:12

수정 2017.10.22 17:12

세륨, 툴륨, 루테튬, 프로메튬은 희토류다. 양은 적지만 전기차, 스마트폰, 카메라, 컴퓨터를 만들 때 꼭 들어갈 만큼 귀하다. 중국에 가장 많이 묻혀 있다.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터지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 선진국들은 깜짝 놀랐다. 특히 분쟁 당사자인 일본은 바싹 긴장했다.
2012년 미국이 앞장서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일본과 유럽이 뒤를 받쳤다. 2년 뒤 WTO는 중국에 패소 판정을 내렸다. 어쩔 수 없이 중국은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를 풀었다.

WTO 분쟁 조정 절차를 잘 활용하는 것도 국력이다. 일본이 이걸 잘한다. 하필 이번엔 그 상대방이 한국이다. 2011년 일본에서 큰 지진이 났고, 그 여파로 후쿠시마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됐다. 지구상에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가 한국이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시킨 것은 당연했다. 이땐 일본도 조용했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수입금지 대상 지역을 후쿠시마는 물론 도치기, 이바라키 등 8개 현으로 넓혔다. 이때부터 일본이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WTO에도 불만을 전달했다. 그러자 WTO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여러차례 수입금지 조처에 우려를 표시했다. 2015년엔 두 나라가 양자협의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한국에선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컸다. 정부가 섣불리 수입금지 조처를 풀기 힘든 분위기였다. 일본은 줄곧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맞섰다.

끝내 일본은 2015년 8월 이 문제를 WTO에 제소했다. 2년여가 흐른 지난주 1차 판정 결과가 해당국에 통보됐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감에서 "판정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가 졌다는 뜻이다. 항소 기회가 남아 있지만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는 아쉽지만, 일본식 WTO 활용법은 눈여겨 봤으면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WT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단단히 매조지면 더는 상대가 만만히 보지 못한다. 또 무역분쟁에선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하는 게 최상책이다.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1300명 넘게 사망했다는 식의 서툰 주장으론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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