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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탈원전보다 고준위 방폐장이 급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2 17:12

수정 2017.10.22 17:12

임시 저장시설 곧 포화.. 지금 서둘러도 늦을 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예상대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와 상관없이 탈원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는 백년대계다. 한번 삐끗하면 정상궤도로 복귀가 쉽지 않다.
산업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 나중에 호들갑 떠는 일이 없도록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에너지 정책을 펴야 한다. 5년 임기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뿌리째 뜯어고치겠다고 과욕을 부려선 안 된다.

탈원전과 별도로 문재인정부에 주어진 과제가 있다. 바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적으로 묻는 시설이다. 40년 원전 역사를 가진 한국이지만 방폐장만큼은 부끄럽다. 지금은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저장한다. 그런데 경주 월성원전을 필두로 2019년부터 임시 공간이 순차적으로 꽉 찬다. 낡은 원전 가동을 중단하기 위해서도 영구저장 방폐장이 있어야 한다.

방폐장은 원전을 짓는 것보다 더 어렵다. 게다가 지금 필요한 건 사용후 핵연료를 묻을 고준위 방폐장이다. 중저준위 방폐장도 가까스로 지었다. 노무현정부 때 벌어진 전북 부안사태는 민란에 가까운 반발을 불렀다. 결국 중저준위 방폐장은 주민투표를 거쳐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주로 갔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박근혜정부도 고준위 방폐장의 필요성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꾸렸고 위원회는 20개월간 활동한 끝에 작년 5월 권고안을 내놨다. 부지를 2028년까지 선정해 2053년께 가동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기초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1월 '고준위 방폐장법'을 국회에 냈다.

문재인정부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전임 정부 계획을 승계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법안은 조금 손질만 하면 된다.
아니면 공론화위를 처음부터 다시 꾸리는 방법이 있다. 탈원전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장점이 있지만 한시가 급한 마당에 시간이 늦춰지는 약점이 있다.
어느 선택지를 고르든 고준위 방폐장 숙제를 더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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