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체코 총선 우파 포퓰리즘 정당 승리… 재벌 총리 예고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2 17:44

수정 2017.10.22 17:44

바비스의 안노당 1위 기록.. 상원 철폐.親러 정책 주장.. 민주질서 비효율성 공격
체코 총선에서 헌정질서를 뒤집어 엎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포퓰리스트 정당 안노(Ano)당이 1위를 차지했다. 과거 공산 독재 시절 국가의 강한 추진력에 향수를 품고 있는 유권자들이 강력한 통치를 내세운 포퓰리스트 정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를 비롯해 동유럽으로 번지고 있는 개발독재 흐름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총선에서 체코 2위 부호인 안드레이 바비스(63)가 창당한 안노당이 30%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농업 재벌인 바비스는 상원 철폐와 소선구제로의 개편, 무슬림 이민 금지, 친 러시아 정책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대신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못마땅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바비스는 개표가 99% 진행된 뒤 선거 승리를 선언하며 "이 부패 시스템을 물리치겠다"고 밝혔다. 각종 주종관계를 고리로 한 기존 체계의 부패를 일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민주질서의 비효율성을 공격하는데 앞장서왔다. 특히 신규 도로를 계획하고, 승인하고, 건설하는 정부 절차가 너무 더디다고 비판했다.

최근 유세에서는 "짓는데 37년이 걸린 고속도로 완공을 축하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패를 끊겠다는 당찬 선언과 달리 바비스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연정 구성이 첩첩산중이다. 체코 선거 사상 가장 많은 9개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했다.

인터넷에 기반한 직접 민주주의를 추구하면서 유럽에 유행처럼 번지는 해적당이 11% 지지율을 기록해 2위 중도우파 시민민주당(CDP)고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다양한 정당들이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해적당, 시민민주당 모두 안노와는 연정을 꾸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총선에 처음 참여한 재정긴축론을 펴는 TOP당도 안노와 연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르케타 아다모바 TOP 부의장은 "모든 포퓰리스트, 극단주의자, 올리가르히에 반대하며 민주 정당과 연정을 꾸리려 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난관을 뚫고 바비스가 연정 구성에 성공한다 해도 그가 총리가 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각 당 의원들간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몇 안되는 사안 가운데 하나가 '바비스는 결코 총리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회는 지난달 만장일치로 바비스의 의원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바비스가 부인하고 있는 사기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가능케 하기 위한 조처였다.

시민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중도우파 시민민주당이) 바비스가 총리가 되건 안되건 간에 안노와 연정을 구성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면서 "형사 기소된 정치인은 총리가 돼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개발독재 향수는 체코뿐만이 아니라 공산독재를 거친 동유럽 국가들 곳곳에서 정치세력화 하는 흐름이다.

폴란드 집권당은 대법원 판사 전원을 쫓아낼 수 있는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법원과 의회 권한 제한을 추진 중이다.


바비스를 비롯한 공산체제를 경험한 동구권 정치인들이 민주주의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산체제 시절의 개발독재 향수를 부추기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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