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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공적 만남'도 문제?

청와대에는 연풍문(年豊門)이라는 민원인 안내시설이 있다. 민원인 보다는 주로 청와대 인사들이 정부 부처, 경제 단체, 기업인 등 외부 관계자와 만나기 위한 장소로 종종 이용한다. 최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언론 인터뷰도 연풍문에서 이뤄졌다. 사적인 만남이라면 어디든 상관없겠지만 업무와 연관이 있는 공적 만남이라면 '통제'가 되는 연풍문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기업들이 정부 부처를 찾아가 직접 만나는 '공적 만남'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삼성, SK, 롯데, 현대차 등 대기업의 공정거래위원회 출입이 잦았다는 게 문제 제기의 이유다. 불법로비를 하기 위해 자주 방문한 것이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 기업 측에선 정부청사 사무실에서 정부 관계자를 만났다는 것은 불법로비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수행 절차라고 억울해 한다. 기업측의 설명대로 기업이 불순한 의도로 정부 관계자를 만나려면 차라리 정부기관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국감에서 논란이 된 공정위 출입 문제도 당시 공정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 해외 글로벌 기업에 대한 조사를 많이 벌였고, 그 결과 중 하나로 지난 2016년에는 퀄컴에게 약 1조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측 이해관계자에는 미국의 인텔, 애플 등과 국내의 삼성, LG도 있었다. 공정위는 국내 기업들과의 수차례 만남을 통해 퀄컴의 불공정행위를 인지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기업이 너무 가까우면 정경유착의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시장이나 기업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실효성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때문에 경제부처와 기업 간 협력과 협조는 필수적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현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 참여자와 정부 부처 간 협력이 절실하다.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열린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공청회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서는 주지사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삼성과 LG가 각각 현지 가전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곳들로 미 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 부당성을 직접 주장하기 위해 '원군'을 자처한 것이다.

한국에선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간의 공적 만남 자체를 문제 삼는 동안 미국에선 주지사와 장관들이 자국 정부에 맞서 한국 기업을 변호하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