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사각지대에서 이같은 비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일차적인 책임은 기획재정부에 있다. 본지는 앞서 지난 6월 28일 '3조원 넘는 공공정보화 예산, 비공식 조직이 주무른다'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연간 3조원이 넘는 공공정보화 예산 편성에 '정보화예산안편성지원팀'이란 법적근거도 없는 조직이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이 정보화예산안편성지원팀은 6개 공공기관 파견인력으로 구성됐는데, 이번에 비위 정황이 드러난 문화정보원 간부 역시 포함돼 있다. 해당 예산을 받아가는 기관에 예산 편성 업무를 돕도록 하니 '짬짜미'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파견인력 6명은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각자 소속된 기관에 많게는 수십 억원의 짜투리 예산을 배정토록 담합한 정황이 있다. 실제 문화정보원 예산은 2012년 32억원에서 2017년 62억원으로 늘었다. 그래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다행히 언론보도와 국정감사를 통해 비위 정황이 드러났지만 아직 부족하다. 무엇보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공무원이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꼼꼼하게 조사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 또,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 나머지 5곳의 기관에선 이와 유사한 일이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사건을 대하는 김동연 부총리의 귀찮은 듯한 태도다. 지난 20일 기재부 국감 당시 '기재부 예산실 불법파견' 사실을 캐묻는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김 부총리는 "예산실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답변했다. 지출 구조조정에 청와대도 예외가 없다며 100억원의 예산을 삭감하는 부총리가 나랏돈이 이렇게 줄줄 새는 사실을 알고도 그냥 넘긴다면 스스로 '보여주기식' 행정가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 예산실 업무가 과중하다는 그의 답변이 짜투리 예산은 이런 식으로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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