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자투리 예산 나눠먹기 조사해야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3 17:16

수정 2017.10.23 22:30

[기자수첩] 자투리 예산 나눠먹기 조사해야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시스템통합(SI)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문화정보원 간부들의 비위 정황이 드러났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정보원 이 모 부장은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고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업체 P에 전체 사업 규모의 31.9%에 달하는 약 75억원어치의 일감을 몰아줬다. 7월엔 국고 지원 사업의 사업계획서를 아예 P사가 작성토록 했고, 이 계획서를 토대로 사업제안요청서를 조달청을 통해 공고했다. 이뿐 아니다. 백 모 부장은 있지도 않은 청년 인턴을 만들어 그 월급까지 챙겼다. 한 명의 인턴에게 손가락 두 개를 매일 출근할 때마다 따로 찍도록 요구했다.
이들이 일감을 몰아주고 P사로부터 뒷돈을 받았는지, 유령 인턴의 월급을 어디에 썼는지 여부는 아직도 모른다.

이들이 이같은 비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책임은 예산을 준 기획재정부에도 있다. 본지는 앞서 지난 6월 28일 '3조원 넘는 공공정보화 예산, 비공식 조직이 주무른다'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연간 3조원이 넘는 공공정보화 예산 편성에 '정보화예산안편성지원팀'이란 법적근거도 없는 조직이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이 정보화예산안편성지원팀은 6개 공공기관 파견인력으로 구성됐는데, 비위 정황이 드러난 문화정보원도 포함돼 있다. 해당 예산을 받아가는 기관에 예산 편성 업무를 맡긴 셈이다. 파견인력 6명은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각자 소속된 기관에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투리 예산을 배정토록 담합한 정황이 있다. 실제 문화정보원 예산은 2012년 32억원에서 2017년 62억원으로 늘었다.

다행히 언론보도와 국정감사를 통해 비위 정황이 드러났지만 아직 부족하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공무원이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건지 꼼꼼히 조사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사건을 대하는 김동연 부총리의 귀찮은 듯한 태도다.
지난 20일 기재부 국감 당시 '기재부 예산실 불법파견' 사실을 캐묻는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김 부총리는 "예산실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답변했다. 지출 구조조정에 청와대도 예외가 없다며 100억원의 예산을 삭감하는 부총리가 나랏돈이 이렇게 줄줄 새는 사실을 알고도 그냥 넘긴다면 스스로 '보여주기식' 행정가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
예산실 업무가 과중하다는 그의 답변이 자투리 예산은 이런 식으로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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