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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그래도 무역자유화 노력은 계속된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4 17:17

수정 2017.10.24 17:17

[여의나루] 그래도 무역자유화 노력은 계속된다

지난주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관으로 세계 무역 현황을 점검하고 특히 아·태지역에서 지속적 교역성장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민간 토론회에 참석했다. 미.일.호주.뉴질랜드.중국 등에서 과거 무역협상을 이끌었던 전문가들과 오랜만에 해후하였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많은 우려를 표명했고, 선진 경제권에서 나타난 반세계화 정서와 무역이 고용감소와 빈부격차 심화를 가져왔다는 잘못된 인식이 이제 아시아 각국에도 퍼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중영합식 정책대응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세계 교역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논의된 다양한 내용 중 특히 우리나라 시각에서 다음 세 가지는 참고가 될 내용이라고 본다.

첫째, 도하개발어젠다(DDA) 실패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몇개 복수국 간 협정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지구적 차원의 추가적 교역자유화를 위한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이견이 없었고, 미 신행정부가 다자 또는 지역보다는 양자 차원의 접근을 천명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한·미 FTA 개정협상의 추이를 큰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세 차례 공식 협상이 있었던 NAFTA 재협상에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미국의 입장 중에 ①특혜 관세를 받기 위한 역내산 비중을 85%까지 끌어 올리고(지금은 62.5%) 이 중 절반은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제안 ②5년 일몰조항을 두어 합의가 없으면 협정이 자동폐기되도록 하자는 내용 ③그간 논쟁거리가 되어왔던 투자자·국가간분쟁해결제도(ISD)의 선택적 적용 방법 등이 어떻게 결말이 나고 여타 FTA에는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큰 관심을 보였다.


둘째, 회의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장래 문제였다. 미국 등 12개국이 작년 2월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7%, 세계 교역의 25%를 차지하는 거대경제통합체가 출범을 앞둔 시점에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탈퇴를 선언했다. 남아 있는 11개국은 잠시 황당한 시기를 보냈지만 더 이상 좌절만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일본·호주·뉴질랜드를 중심으로 빠른 시일 내에 TPP-11을 발효시키기 위한 접촉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이 언젠가는 복귀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 발효 후 우선적인 추가가입 후보로 대한민국을 꼽고 있었다. 필자의 견해도 이 협정은 미국이 없다고 해서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그간의 노력과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기존 회원국 간 약간의 수정, 조정을 거쳐 발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며, 이 경우 세계 교역 확대를 위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한·미 FTA 개정협상의 향방을 잘 가늠하면서 TPP 가입을 염두에 둔 대외접촉과 내부적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디지털 트레이드 분야의 룰 메이킹을 위한 정부 간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은 이미 4차 혁명이라는 이름하에 움직이고 있고 디지털은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산업,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도 큰 연관성을 갖고 있는 데 반해 이에 관한 공통의 룰은 전자상거래에서 초보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정도다. 이제는 지금까지 나타난 관련 이슈들을 점검하고 같이 지킬 수 있는 규범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위협으로 고조된 안보위기감과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따른 대응에 몰입돼 있는 시점에, 우리 교역상대국임과 동시에 경쟁국인 나라들이 보다 넓은 시각에서 세계 교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부단히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음을 목도하였다.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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