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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 프로골퍼 최재혁..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 드라마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5 10:49

수정 2017.10.25 10:50

최재혁
최재혁
맛사지샵 카운터 알바, 카페 알바, 모델, 그리고 프로골퍼…
한 마디로 인생유전이다. 스물여섯살 최재혁(26·경희대4)이 살아온 평탄치 않은 삶이다. 현재 호텔 르메르디앙에서 골프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최재혁은 11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가 재미있어서였다. 주니어 시절 '골프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심신이 완벽해야 원하는 스코어를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것을 더더욱 체감했을 해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프로 전향을 앞두고 골프 선수에게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입스(스윙 전 샷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불안 증세)가 찾아왔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피할 수 없는 불청객에다 설상가상으로 집안 경제 사정마저 좋지 않게 됐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불철주야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특히 죄송한 마음이 더 컸다. 스스로를 짓누르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나온 결과라 생각해 이를 악물고 연습에 매진했다.

그리고 2011년에 KPGA 준회원에 합격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이번에는 예기치 않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체력 운동 도중 왼쪽 어깨 와순 파열(반카르트 병변)이라는 부상을 당한 것.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그는 재활을 택했다. '다시 일어서야 겠다'는 강한 의지로 병세는 점차 호전됐다. 최재혁은 "골프를 포기해야 할 지 모른다는 의사의 소견에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 모습을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병세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입스에 대한 두려움과 부상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재혁은 "골프에 대한 나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여동생도 골프를 배우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골프를 그만 둔 그는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돈을 벌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맛사지샵 카운터 알바, 카페 알바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닥치는대로 했다.

그리고 한켠으로는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모델 지망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골프를 할때는 근력 운동을 많이 하지만 모델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몸을 만들기 위해 극한의 인내심을 요하는 다이어트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던 중 한 무술감독의 추천으로 서울 액션스쿨에서 액션을 배우기도 했다. 그 곳에서 최재혁은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 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그 곳 무술 배우들의 삶과 비교했을 때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삶은 온실속 화초였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그토록 힘든 시기에 정신적 멘토 민병철교수를 만난 것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는 필수다'며 영어를 가르쳐줬던 민교수는 '너는 할 수 있고 그래서 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에 힘입어 최재혁에게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엇 보다도 잠시 접어 두었던 골프가 두렵지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KPGA에 도전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예선탈락을 겁내며 조바심했던 마음도 희망으로 가득찼다. 골프를 포기한지 4년째인 작년 2월에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그리고 2016년 9월에 1151명중 9등으로 당당히 KPGA 정회원에 합격했다.

최재혁은 "내게는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
골프채를 잠시 놓았던 시기에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재기를 가능케한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면서 "투어에서 활동하고 싶지만 그 보다는 당분간은 레슨에 치중할 생각이다.
그것을 위해 스윙학 개론, 편안한 골프에 도움이 되는 생체학 등 관련 공부를 더욱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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