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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文정부서 되풀이된 '물갈이 인사'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5 17:07

수정 2017.10.25 17:07

[차장칼럼] 文정부서 되풀이된 '물갈이 인사'

시계를 다섯 달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5월 10일 정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 앞에 섰다. 그리고, 70년 헌정 역사상 '가장 작은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은 불과 20분 만에 끝났다. '형식과 절차' 대신 '실용과 탈권위'를 단적으로 추구한 장면이었다. 백미는 취임사였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통합'과 '소통'으로 압축됐다.
그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며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맡기겠다"고 대통합 중심의 인사 대원칙을 선언했다. 다시 시계를 석달 뒤로 돌려본다.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의 통합 의지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통합과 협치에 대해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있는 탕평인사, 통합인사라는 평가를 국민들이 내려주고 계신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국정 철학을 함께하는 분들과 정부를 구성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시대의 과제가 보수.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이라며 "과거정부에서 중용됐던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는 인사 기조를 끝까지 지켜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두 달 뒤로 당겨본다. 지난 24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돌연 사퇴했다. 김 회장은 20여년간 경제기획원 등을 두루 거친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다. 김영삼정부 시절에는 소비자보호원장, 철도청장,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치며 문민정부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일했다. DJ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는 민간경제연구소에서 활동하다 박근혜정부 3년차인 2015년 2월 제29대 한국무역협회장에 선임됐다. 김 회장의 이력만으로도 '친보수' 성향의 인사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순수민간 경제단체인 무협 회장이라는 점에서 중도 사퇴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것도 임기 4개월을 남겨둔 시점에서 말이다. 그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사퇴를 미룬 이유에 대해 "무협 회장이 정권이 바뀐다는 이유로 퇴임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전통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무협 회장의 선.퇴임 절차는 전적으로 민법과 내부 정관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도 결정을 미룬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자신의 철학 간 괴리 때문에 퇴진을 줄곧 고민해왔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하지만 그가 퇴진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그가 밝힌 대로 "최근 정부가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협을 비롯한 굵직한 주요 민간단체장 자리는 정치권의 입김이 좌우하는 '낙하산' 자리였다는 게 새삼 확인된 셈이다.
그럼에도 통합과 탕평을 대인사 원칙으로 내건 새 정부에서 민간 영역의 '물갈이 인사'가 재연됐다는 건 두고두고 곱씹어 볼 문제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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