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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못보고 끝난 ‘뭘 키울까 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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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춰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단순 요구 사항만 열거하고 산만하게 (회의를) 진행하지 말고 근거와 전문성을 갖고 진행했으면 좋겠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4일 열린 혁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뭘 키울까 테스크포스(TF)'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일침을 날렸다.

'뭘 키울까 TF'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한 성장동력 정책을 다시금 검토하고, 앞으로 정부가 집중해 나가야 할 분야를 새롭게 선별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정부에서 제시한 19대 미래성장동력과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등 성장동력 정책을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꿔보자는 취지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큰 그림을 다시 그려보자는 의미다.

전날 열린 5차 회의에는 '뭘 키울까 TF'의 민간위원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민간위원들 가운데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들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회의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언급은 실종된 채 과거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만 줄을 이었다. 백롱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헬스케어 분야는 규제에 얽혀 있어 규제만 없애주면 민간 분야의 투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목표를 정하고, 5년마다 색을 바꾸기 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갖고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박명순 SK텔레콤 인공지능(AI) 사업본부장은 "SK텔레콤이 AI 사업을 하는데 매번 서비스를 하나씩 더할 때 마다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때는 개인정보를 동의하는 것을 원치 않는 고객이 의사를 표현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해야 훨씬 더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뭘 키울까 TF' 회의는 이런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끝나면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숲을 조성하고 가꾸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에 나무를 갉아 먹는 병충해 문제만 열거하다 끝난 셈이다. 유 장관이 회의 말미에 원론을 다시 강조한 것은 아마도 회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달 혁신성장을 위한 성장동력 육성전략을 마련하고 12월에는 세부 육성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뭘 키울까 TF'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은 지금이라도 TF의 역할과 목표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