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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착한' 운전자에게 주는 상금의 효과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6 17:05

수정 2017.10.26 17:05

[차장칼럼] '착한' 운전자에게 주는 상금의 효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는 특별한 단속 카메라가 있다. 규정 속도를 넘긴 차는 물론 속도를 잘 지킨 '착한' 차도 찍는 카메라다. 속도위반 운전자에게는 범칙금을 물리고, 속도를 지킨 운전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범칙금을 모은 돈으로) 상금을 준다. 과속 단속이 아니라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한 카메라인 셈이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 카메라가 설치된 이후 도로의 평균 속도가 22% 감소했다는 점이다. 오래전에 읽은(그래서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제목의 책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는 정부(정권)가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을 국정의 중요 과제로 내세운다. 하지만 늘 사소한 규제를 정비하는 수준에 그칠 뿐 엉뚱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자꾸 생겨난다. 규제는 하나하나가 크든 작든 공익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또 그 규제로 먹고사는 공무원 조직과 이익집단도 있다. 규제가 아무리 불합리해도 그것을 없애거나 개선하는 작업이 항상 저항과 마찰을 불러오는 이유다.

불량 규제가 양산(量産)되는 데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는 '규제 만능주의'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하면 그 원인을 조사하거나 분석하지도 않고 무작정 '법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심스러운 노릇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상품에 문제가 있을 때 기업에 책임을 묻는 '제조물책임법'이란 것이 있다. 이 법에서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제조물에 문제가 없다'는 입증 책임을 제조업체가 져야 한다. 규제를 만들 때도 이와 같은 원리를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규제를 만드는 공무원에게 필요성을 입증토록 하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보겠다"며 '증권사 국내외 균형발전 30개 과제'를 제시했다. 증권업계에선 그동안 까다로운 규제들이 직접금융시장을 위축시킨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고, 이번에 그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가로막는 핵심 걸림돌은 증권업계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금융규제"라고 말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조차 선진국에서 가능한 사업을 하지 못할 만큼 손발이 '꽁꽁' 묶여 있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그 대신 "증권사가 잘못을 저지르면 회사가 망할 정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해 '싹'을 자르면 될 일"이라고 했다.

정당한 정책적 목표라 해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반드시 규제일 필요는 없다.
기왕에 규제를 하더라도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것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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