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톡] 중국몽에 숨겨진 아편전쟁의 상흔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6 17:09

수정 2017.10.26 17:09

아편전쟁
아편전쟁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공산당은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을 인솔해 완강히 투쟁함으로써 아편전쟁 이후 온갖 능욕을 당하던 옛 중국의 암담한 처지를 완전히 바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4일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 연설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이날은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새로 삽입되면서 시 주석이 그야말로 마오쩌둥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역사 면으로나 시 주석 개인으로서 영광의 날인 이 시점에서 시 주석이 힘주어 연설한 내용 가운데 귀를 사로잡는 말은 바로 '아편전쟁'이다.

청나라가 아편을 단속한 것을 빌미로 1840년 영국이 일으킨 아편전쟁을 전후로 중국은 세계 최강국에서 추락하고 제국주의 식민지로 전락한다. 한마디로 아편전쟁을 기점으로 이전의 중국과 이후의 중국 위상이 확연히 엇갈린다.


시 주석이 1인 권력을 공고히 하고 측근 세력을 모두 핵심 요직에 전진배치하는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단일 지도자 중심으로 권력이 중앙집중화되는 과정엔 반드시 반대세력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권력을 쓸어담는 과정에 반대세력과의 갈등을 무마시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게 바로 명분이다. 시 주석이 권력 강화의 명분을 지지하기 위해 동원한 근거는 바로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 들끓고 있는 아편전쟁에 대한 뼈아픈 상처라 할 수 있다.

덩샤오핑 때부터 '도광양회(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외교정책에 따라 후일을 도모하자던 중국 외교관행과 달리 시 주석은 외교적으로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서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개적으로 맞설 것은 맞서고, 오히려 중국이 세계의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도 보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기세가 바로 '신형 국제관계'라는 말로 압축된다. 중국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뻗어나갈 것이란 점을 천명한 셈이다. 그 힘의 원동력은 아편전쟁에서 비롯된 깊은 상처다.

아편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출발하는 중국몽은 결국 두 가지 특성을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점이다.
시 주석은 "여러 세대의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인민을 단합해 이룩한 역사적 위업을 토대로 부끄럽지 않은 업적을 만들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 주석이 세계 공존과 공영을 줄곧 강조해왔지만 공존과 공영의 앞에 중화민족의 이익이 최우선시될 것이란 점이다.
민족주의 성향에 기댄 중국굴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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