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영세업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6 17:10

수정 2017.10.26 22:23

[기자수첩] 영세업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

"수수료요? 사실 우리 가게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가 몇 %이고 그런 건 크게 와닿지 않아요."

이달 초 유례없는 최장 기간의 추석 연휴를 맞은 소상공인들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았다.

이태원 등에서 작은 식당이나 라운지를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작은 바를 운영하는 김모씨(38)는 "일부 영세업자를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를 낮춰 준다고 하고, 매년 카드 수수료를 낮추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 피부에 와닿는 건 매출이 들어오는 카드대금 지급일"이라고 말했다.

통상 카드사의 가맹점 카드 매출대금 지급기한이 매출 발생일로부터 3영업일 내로 지정돼 연휴 시작 전이었던 9월 28일 매출부터 받지 못한 탓이다. 김씨는 "이렇게 되면 앞으로 연휴가 다가올 때마다 자금관리 부담이 생겨서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건 누가 책임지겠느냐"면서 "수수료 문제보다 이번 연휴로 대금 지급이 늦춰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영세업자들을 위한 그런 유동적 정책들이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경리단길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천모씨(34)도 "사실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동포들에게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대비에 대한) 아무런 얘기도 없었고, 오래 쉬었다면 바로 다음 영업하는 날이라도 대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것 또한 며칠이 걸려서 레스토랑 운영하는 데 정말 힘들었다"면서 "한국은 특히 카드결제가 많은데 이렇게 오래 쉴 경우에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사실 연휴 시작 직전 여신금융협회가 '소상공인의 자금사정 완화를 위해' 카드사에 가맹점 결제대금을 조기 집행하도록 독려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논의로 실제 조기대금을 집행한 카드사는 신한카드뿐이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0일 60만 중소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9월 28일치 가맹점 대금 약 1300억원을 29일에 조기 집행했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 측은 "신한카드의 발표를 보고 즉각 논의에 돌입했으나 당시에는 전산 구현 등이 어려워서 함께 진행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미리 전산개발 등 시행 준비를 알았다면 대비를 했을 텐데 이번처럼 긴 여휴가 처음이라 수차례 회의에도 놓친 부분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중소.영세업자들이 원하는 것은 장사하기 좋은 환경이다.
낮은 카드 수수료도, 카드사 대금지급기한 축소도 좋지만 이번 같은 경우 미리 대응해 금융당국이나 협회 측에서 먼저 나섰다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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